올해도 화석연료 탄소 배출 늘었다… "재생에너지 장려만으론 수요 못 줄여"

입력
2023.12.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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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P "전 세계 화석연료 배출량 1.1% 증가"
현 상태 유지 땐 2030년 '1.5도 이상' 상승
"사용 제한 정책 없기 때문… 감축 강제를"
COP28에 업계 2400명 몰려… 합의 난항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올해 화석연료 기반 탄소 배출량이 또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화석연료 수요 또한 덩달아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다. “화석연료 감축을 강제하고, 나아가 폐지를 추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욱더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 4% 증가, 미국 3% 감소… "둘 다 역부족"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국제 과학그룹 글로벌탄소프로젝트(GCP)는 올해 석탄, 석유, 천연가스 사용에 따른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약 368억 톤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GCP는 기후변화 연구를 위해 영국 엑서터대 등 세계 90개 기관이 협력하는 국제기구로, 매년 지구촌의 탄소 배출량 등을 추적해 발표하고 있다.


‘368억 톤’은 지난해 배출량 364억 톤보다 약 1.1%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인도가 각각 4%, 8.2%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배출량은 각각 3%, 7.4%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이 역시 기후변화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연구진의 진단이다. GCP는 “지금의 탄소 배출량이 유지된다면 7년 내에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50%나 된다”고 경고했다.


'화석연료 폐지 시점' 못 박는 합의는 언제쯤?

주목할 대목은 중국과 미국 등이 최근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대대적으로 펴고 있다는 건 사실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295GW(기가와트) 중 46%가 중국에 설치됐는데도, 올해 중국의 화석연료 기반 탄소 배출량은 되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화석연료 사용 감소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해법은 역시 ‘화석연료 감축’이다. GCP 연구에 참여한 글렌 피터스 노르웨이 오슬로 국제기후환경연구소(CICERO) 연구원은 WP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는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화석연료도 마찬가지”라며 “화석연료를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코린 르 케레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교수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선 빠른 속도의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에 동의할 국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화석연료 옹호' COP28 의장, "과학 존중"

다만 지난달 30일 개막해 이달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COP28을 통해 이 같은 합의가 도출되긴 힘들어 보인다. 이날 영국 가디언은 환경단체 정보를 토대로 COP28에 등록한 화석연료 기업 관계자가 최소 2,456명이라고 보도했다. 브라질(3,081명)과 의장국 UAE(4,409명)를 제외한 참가 집단 중 단일 규모로는 가장 커서 이들의 입김이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WP는 "화석연료 관련 이해관계자가 COP28에 득시글거린다"고 꼬집었다.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인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COP28 의장도 화석연료 퇴출 논의를 구체화할 방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알자베르 의장은 ‘화석연료 감축 요구는 비과학적’이라고 했던 과거 자신의 발언이 COP28에서 논란거리로 떠오른 것과 관련, 이날 “과학을 존중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맥락을 제거한 발언만 강조됐다. 난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거듭 말해 왔다”며 언론 보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