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험난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전쟁에 대한 피로감 탓에 미국, 유럽 등 우방국에선 우크라이나 전시 체제 지원 자금을 둔 갈등이 커지고 있다. 또 올해 안에 유럽연합(EU) 회원국들로부터 'EU 가입 협상 시작'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도 깨지기 직전이다. 아울러 기온이 떨어지고 눈·비가 많이 오는 겨울엔 기동력과 전투력이 떨어져 전장에서 성과를 내기도 더욱 힘들어진다. 한마디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5일(현지시간) EU 전문매체 유락티브 등에 따르면 이달 14,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 의제로 '2027년까지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약 71조 원) 지원' 방안이 오를 예정이다. 그러나 지원 여부나 규모를 두고는 27개 회원국이 합의점을 못 찾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달 22일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성향 정당이 제1당에 오르고, △같은 달 15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올해·내년 예산 600억 유로(약 85조 원)에 제동을 걸어 재정적 여유가 부족해진 상황 등과 관련돼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짚었다.
미국의 지원금을 받기도 쉽지 않다. 614억 달러(약 81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관련 예산안이 공화당 주도 하원의 문턱에 한 달 이상 막혀 있다. 샬란다 영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4일 마이크 존슨(공화) 하원의장에게 "무기·장비를 보낼 재원이 바닥나고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
EU 가입 논의도 친(親)러시아 성향인 헝가리의 반대 탓에 지지부진하다.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가 (사법 개혁, 자금 세탁 방지 등) EU 가입에 필요한 조치 중 90% 이상을 완료했다"며 회원국들에 협상 개시를 권고했다. 하지만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3일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대했다. 이달 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 본격 협상에 착수하려던 EU 집행부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헝가리는 'EU·우크라이나 간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영향 분석'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U 안팎에선 오르반 총리가 우크라이나 반대표를 지렛대로 삼아, 자국에 대한 220억 유로(약 31조 원)의 기금 지원을 중단하려는 EU의 양보를 이끌어내려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가 최근 미사일·드론 등을 부쩍 비축하고 있다는 점도 우크라이나의 불안을 키운다. 지난겨울처럼 우크라이나 전력·난방 등 에너지 기반시설이 집중 타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어둠과 추위에 빠뜨리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보다 나흘 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표적으로 6시간가량 드론 공격을 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남부에서 진행되는 전투는 이미 소모전 양상을 띠고 있다. 겨울이 되면 영토 수복을 위한 진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