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정원과 탄소

입력
2023.12.06 04:30
27면
식물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도시의 정원에도 겨울이 깊어 갑니다. 초록 잎은 낙엽이 돼 떨어지고 이제는 나뭇가지들이 겨울 하늘을 배경 삼아 앙상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최근 수크령, 억새 등 벼과ㆍ사초과 식물들이 ‘그라스가든’(Grass Garden)이란 이름으로 웨딩홀 등 곳곳에 눈에 띄는데요. 한철만 반짝 즐기는 화려한 꽃식물과 달리, 새봄에 삐죽 올라온 새순부터 초겨울 마른 잎새에 이르기까지 느낌 있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사유의 시간을 건넵니다.

삭막한 회색 도시 공간에서도 이렇게 마음의 여백을 선사하는 크고 작은 정원은 우리 주변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교감 능력도 넓힙니다. 그래서 정원을 가꾸는 작업은 우리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마음에 치유와 영감을 주며, 삶의 빛깔을 초록으로 바꿉니다. 지역 공동체가 함께 공공 정원을 돌본다면, 분명 좀더 행복한 사회로 갈 수 있게 되리란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도시 곳곳에 나무가 가득한 도시 숲이나 정원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합니다. 탄소를 흡수해 기후 위기를 완화하고, 야생 생물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통해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기도 합니다. 도시 문제는 물론, 지구 문제를 해소하는 중요한 역할이지요.

실제로 순천만국가정원의 경우, 버려졌던 땅에 정원을 조성해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꽃과 나무로 행복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ha당 20톤가량의 탄소 흡수 효과를 추가로 얻는다고 합니다. 또 탄소를 배출하던 논에 조성된 국립 세종수목원의 경우 ha당 탄소 24톤을 흡수하는데, 수목원 전체로 환산하면 중형차 729대가 1년간 1만㎞를 운행했을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흡수한다고 합니다. 아직 어린나무가 많으니, 조금 더 크게 자라면 이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하겠지요.

물론, 우리의 정원도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데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좀더 탄소 흡수량이 많은 식물을 골라 심고 △정원 시설은 목재로 하고 △땅에는 탄소구조물을 넣어 식물에게 도움을 주고 △돌을 써야 한다면 탄소발자국을 줄이도록 가까운 곳에서 가져오고 △빗물을 이용하는 레인 가든을 조성하는 것 등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우리가 겪었던 놀랄 만한 기후 변화들이 내년엔 조금씩 완화되기를 소망해봅니다. 가까운 내 곁의 공간에, 그리고 내 마음에 나무를 심으며 말이죠.


이유미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