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여름철마다 기상전선의 영향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내리는 큰비가 60년 새 17%가량 강해졌으며, 여기에 지구온난화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 장마가 마치 동남아시아의 우기처럼 강해지고 길어지는게 인간 활동의 여파라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김형준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와 문수연 인문사회연구소 박사가 한국, 미국, 일본 연구진과 함께 지구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이 같은 사실을 처음 규명해 냈다고 5일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동아시아 지역 여름 호우의 40% 이상은 '전선성 호우'다. 지형이나 태풍 등의 영향이 아니라, 따뜻한 공기 덩어리와 찬 공기 덩어리가 만날 때 따뜻한 공기가 찬 공기를 타고 올라가면서 비가 내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장마도 전선성 호우다. 전선성 호우에 인간 활동에 따른 온난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진은 과거 60년간의 지역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 남동부 연안부터 한반도와 일본에 걸쳐 전선성 호우의 강도가 약 17%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이런 변화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지구와 배출하지 않는 지구를 가정해 메타버스 실험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지구온난화가 전선성 호우의 평균 강도를 약 7% 증가시키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또 극한 강도의 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은 온난화한 지구가 비온난화 지구보다 5배나 높게 나타났다.
김형준 교수는 "온난화 지구 실험에서 과거에 비해 최근 북서태평양 고기압과 동아시아 지역 저기압의 강도가 증가하는 추세를 확인했는데, 이 때문에 전선성 호우의 강도도 커지고 있다"며 "동아시아 지역은 전선성 호우의 영향이 큰 연안 부근에 메가시티가 많은 만큼, 이번 연구가 기후변화 대책을 수립할 때 중요한 정보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