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교훈 망각... "석 달 치 재고" 과신, 다시 중국 손바닥 위에

입력
2023.12.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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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치에 흔들, 2년 전과 판박이
수출 규제 희토류·흑연도 의존도 높아
"정부, 공급망 다변화 기업 지원해야"

중국이 최근 한국을 향한 산업용 요소 수출을 막자 2년 전 '요소수 대란'을 겪었던 산업계에 다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당장 재고가 충분하긴 하나, 요소 의존도가 높은 중국 조치에 국내 산업이 화들짝 놀라는 일이 어김없이 반복됐다. 희토류, 흑연 등 중국에 기대는 다른 산업 필수 소재도 요소와 비슷한 충격을 주기 쉽다. 핵심 광물 공급선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중국의 '자원 무기화' 위협에 언제든 휘둘릴 수 있는 셈이다.

'요소수 대란' 또 터질라, 불안감 엄습

이번 요소 수입 차질은 중국 해관(세관)이 롯데정밀화학 등 국내 요소수업체가 구매한 요소의 선적 작업을 중단하면서 빚어졌다. 요소로 만드는 요소수는 경유차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데 활용된다. 발전소, 공장 등도 매연을 줄이기 위해 요소수를 찾는다. 2021년 11월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 직후 물류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요소수 대란이 발생한 이유다.

중국에 속수무책 당했던 2년 전과 비교해 현재 상황은 다소 낫다. 요소수 대란 당시 2~4주에 불과했던 기업별 요소 재고가 3개월은 버틸 정도로 넉넉해서다.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이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조치가 아니란 점도 다행이다. 요소 수출 제한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적다는 뜻이다. 중국은 요소 다소비 국가 중 하나인 인도가 수입을 급격히 늘리자, 내수용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을 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요소 통관 지연 관련 정치적 배경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 중단 조치에 국내 산업계가 흔들리는 모습은 2년 전과 판박이다. 중국 요소 의존도를 낮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산업용 요소 중국 수입량 비중은 2021년 83.4%에서 2022년 71.7%로 떨어졌다가 올해 1~10월 누적 91.8%로 껑충 뛰었다. 요소수 대란이 벌어지기 전인 2021년 1~9월 수준에 버금가는 중국 의존도다. 요소수 대란 이후 주요 업체가 카타르, 베트남 등으로 요소 수입처를 넓혔다가 이내 가격·품질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으로 몰린 결과다.

요소를 중국에 기대는 수입 구조를 해소하지 못하면, 국내 산업계는 불확실성을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요소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 기술 수출 금지 등도 높은 대(對)중 의존도를 낮춰야 그 파급력을 줄일 수 있다. 흑연, 희토류 영구자석은 새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등에 꼭 필요한 소재들이다.

비료용 요소처럼, 중국 의존도 낮춰야

요소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면 정부가 기업에 유인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류비가 수입 단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요소 특성상 기업 입장에서 중국산은 가격·품질이 나은 데다 납품 기간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한국일보가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바탕으로 국가별 산업용 요소 및 요소수 수입 단가를 계산한 결과, 중국은 ㎏당 0.705달러인 반면 베트남, 말레이시아는 각각 0.984달러, 0.942달러로 20%가량 비쌌다. 요소 가격이 크게 내려간 올해도 중국(0.433달러)은 베트남( 0.468달러)과 말레이시아(0.470달러)를 가격 경쟁력에서 앞섰다.

한 산업용 요소생산업체 관계자는 "경쟁사들은 중국산 요소를 싸게 구하는데 특정 회사만 국가 공급망 안보를 위해 비싸게 구매할 수 없지 않냐"며 "기업마다 요소 공급선을 다양하게 만들도록 다변화한 기업에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소수 대란 때 산업용처럼 수급난을 겪은 비료용 요소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중국산 수입 비중을 2021년 65.4%에서 현재 22.5%로 낮춘 점도 따를 만한 선례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공급망 교란 시 안정화기금을 활용하는 '공급망 기본법'이 2년째 국회 계류 중인데 이 법이 통과되면 기업은 원자재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비축 물량을 확대할 수 있다"며 "기업도 특정 국가 물량 수급 문제가 이어질 경우 당장의 싼 수입처를 찾는 셈법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입 기업에 보조금을 직접 지급하는 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기업이 요소 재고 등을 쌓아 둘 때 창고 보관 등 비축 비용을 지원하는 일본 사례를 연구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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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박경담 기자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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