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지명하는 등 6개 부처 장관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 발표된 부처의 현 수장들이 내년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라는 점에서 '총선 준비용' 성격이 짙다. 지명한 6명 중 3명을 여성으로 배치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편중 인사' 비판을 극복하려는 의중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총선에 앞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등으로 악화한 여론을 의식해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변화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송미령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을 각각 지명했다.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강정애 전 숙명여대 총장은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됐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자를 차기 경제수장으로 낙점한 배경에 대해 "정통 경제관료로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1차관을 거치며 거시 금융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춘 경제 정책 최고 전문가"라며 "물가, 고용 등 당면한 경제 민생을 챙기며 우리 경제의 근본적 체질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장관의 경우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 중인 상황을 고려해 발표가 연말로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자 야당에선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2일)을 이미 넘긴 상황에서 경제 수장을 교체하는 건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기간에도 추경호 현 부총리 겸 장관이 예산안 관련 업무를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등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인사를 발표한 것에는 당분간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성 전면 배치와 1970년대생 발탁 등은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보훈부(강정애)와 농식품부(송미령), 중기부(오영주)에 여성 장관을 배치했고, 해수부 강 후보자는 1970년생으로 이번에 발표된 인사 중 가장 젊다. 김 실장은 강 후보자에 대해 "해양자원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업적을 쌓고 해양과학기술원장에 파격 발탁된 이후 원만한 조직관리로 호평받았다"고 소개했다. 서울대 출신은 최 후보자 1명뿐이었다. 윤 정부 출범 이후 요직에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을 중용한 것과 차별화를 노린 시도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금융위원장과 공석인 국가정보원장, 방송통신위원장 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내년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진 외교부 장관의 후임 인사를 위한 검증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