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 탓에 좌우 양쪽에서 야단을 맞고 있다. 국제사회의 분노를 자극하는 민간인 희생자 급증 실태에 놀라 이스라엘을 다잡으려 했더니, 이번엔 무자비한 하마스 공격의 피해자인 이스라엘을 도리어 다그친다는 반대편 원망이 커졌다. 진퇴양난이 백악관 처지라는 얘기다.
3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는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멍석은 미국 CNN방송이 깔았다. 민주당 내 진보 모임을 이끄는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이날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무책임한 대처를 질타했다.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상을 막을 책임은 미국에 있는데, 이를 방기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자야팔 의원은 “미국이 무차별 폭격의 후원자가 될 수는 없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에 조건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10개년 협정에 따라 2016년부터 미국 정부로부터 매년 38억 달러(약 5조 원)의 군사 지원을 조건 없이 받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못마땅한 건 보수 진영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유는 반대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민간인을 적의 품으로 가게 만들면 전술적 승리는 전략적 패배가 되고 만다”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전날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레이엄 의원은 “날 때부터 유대인을 죽이라고 배운 이들을 상대로 순진한 생각을 한다”며 “우리가 9·11 때처럼 공격받았는데, 두 달도 안 돼 누군가 ‘휴전을 하라’고 요구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쫓아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스틴 장관이 이스라엘에 불가능한 일을 얘기하고 있다”며 힐난했다.
애초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터에 날아가 전폭 지지를 선언할 만큼 이스라엘 편에 기울어 있었다. 그러나 그런 편향이 대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당내 반발을 부르고 지지 기반도 흔들고 있다.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경합주(州)의 무슬림·아랍계 공동체가 전날 바이든 대통령 지지 철회를 공식화했을 정도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이 민간인 살상을 피하라는 대(對)이스라엘 공개 압박 수위를 올리자, 그간 잠잠했던 우파의 불만이 반대급부로 커진 게 현 상황이다.
좌우 협공에 분주해진 이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입’인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이다. 주말 여러 미국 방송에 출연해 여론을 관리했다. NBC ‘미트 더 프레스’에서 미국의 중재 노력을 강조하며 인질 구출에 신경 쓰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 애썼고, ABC ‘디스 위크’에선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미국 메시지를 이스라엘이 받아들이고 있다”며 떠나려는 진보 성향 유권자를 단속했다. ‘폭스뉴스 선데이’에 나가서는 “잔혹한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는 반격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며 “우리도 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방송 시청자의 다수인 보수층을 의식한 언급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