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팔 주민 너무 많이 죽어” 미국, 여론 악화에 이스라엘 압박

입력
2023.12.04 09:10
이 공격 재개로 민간인 희생 또 급증
미 부통령·국방 "민간 피해 최소화를"
'재선 도전' 바이든, 자국 여론 달래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확대한 가운데 미국 정부 인사들이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에 입 모아 촉구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 미국 정부 대표로 참석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너무 많은 무고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죽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솔직히 민간인이 느끼는 고통의 규모와 가자지구에서 온 영상, 사진은 끔찍하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려 하면서도,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도 3일 열린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민간인 보호 원칙을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슬람국가(IS)와의 교전 등 자신의 경험을 거론하며 “민간인을 보호해야 시가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게 교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민간인을 적의 품으로 가게 한다면 전술적인 승리는 전략적 실패가 될 것”이라고 이스라엘 지도부에 경고했다.

다만 백악관은 이스라엘이 민간인 보호를 위해 이미 노력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인 대피를 위한 지도를 온라인에 게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일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미국의 생각에 동의한 것”이라며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가자지구 내 민간인 사망에 대해 공개적으로 엄중한 경고를 남긴 것에 대해 이스라엘은 듣고 받아들일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일시 휴전 연장 협상이 결렬된 책임은 하마스에 있음을 부각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의사가 없다”면서 “하마스가 석방할 수 있는 여성과 어린이 명단을 제시하지 않고 거부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굳건히 하면서도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촉구한 건 미국 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재선 도전에 나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지난달 초 아랍계 미국인들 내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0%포인트 이상 급락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경합주 내 아랍계 미국인들이 ‘바이든 낙선’ 운동 개시도 공식 선언하는 등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