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에펠탑 인근서 흉기 난동, 필리핀 대학선 폭탄 터져… 테러 경보음 커진다

입력
2023.12.03 19:45
프랑스인 공격받은 독일 관광객 1명 사망 
"알라는 위대하다" 외쳐 "가자 사태에 분노"
필리핀 남부선 미사 도중 폭발로 54명 사상 
당국 "이슬람 반군 보복 공격 가능성 조사"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인근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급진적 이슬람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관광객 1명이 숨졌다. 필리핀 남부의 한 대학교에선 정부군의 선제 공격을 받은 이슬람 반군의 보복으로 의심되는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54명(사망 4명, 50명 부상)의 사상자가 나왔다. 지구촌 곳곳에서 테러 공격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각국에서도 경보음이 커지는 분위기다.

"알라는 위대하다" 20대 남성, 흉기 난동

2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쯤 프랑스 파리 센강변 비르하켐 다리 인근에서 흉기를 든 한 남성(26)이 독일인 관광객 부부를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등과 어깨를 찔린 필리핀 태생 남편(24)은 결국 사망했다. 평소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 다리는 에펠탑과 직선거리로 약 600m 떨어져 있다.

이후 센강을 건너 도주하던 용의자는 다른 관광객 2명과 60대 프랑스인 1명도 망치로 공격했다. 이들 중 1명이 눈을 다쳤지만 생명이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경찰은 인근 광장에서 격렬히 저항하는 용의자에게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쏴 제압했다. 체포 직전 그는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조사에서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과 팔레스타인에서 너무 많은 무슬림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살인과 살인 미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용의자는 파리 외곽의 부유한 도시 뇌이쉬르센 출신이다. 현재 파리 남쪽 에손 지역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그는 2016년에도 테러를 계획했지만 미수에 그쳐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용의자는 프랑스 보안국의 감시 명단에 올라 있었다"며 "매우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올림픽 개최를 앞둔 파리로선 안전 우려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 지난 10월 한 고교 교사가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을 의심받던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숨진 이후, 안전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높인 상태에서도 이 같은 테러 공격이 또 발생해 인명 피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학 체육관서 폭탄 폭발… "이슬람 반군 소행"

필리핀 정부군과 이슬람 분리주의 무장세력 간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필리핀 남부 마라위시에서는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3일 오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마라위시 민다나오주립대 체육관에서 천주교 미사가 진행되던 중 폭탄이 터져 최소 4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경찰은 정부군의 공격에 대한 이슬람 무장단체의 보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지난 1일 필리핀 정부군은 남부 마긴다나오주(州)에서 방사모로이슬람자유전사단과 다울라 이슬라미야의 무장대원 및 간부들의 소재지를 공격해 11명을 사살한 바 있다.

앞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은 민다나오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이슬람 반군 토벌 작전을 벌였다. 2017년 5월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마우테 그룹이 마라위를 점령한 데 대한 대응 조치였다. 당시 희생자 1,000여 명을 낳고 5개월 만에 교전은 끝났지만, 이후에도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는 계속되고 있다.

권영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