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원전 밀집지역서 규모 4.0 지진… 경주 주민들 "불안"

입력
2023.11.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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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6기 있는 월성원전과 불과 9㎞ 
탈핵단체들 "원전 수명 연장 중단해야"

2016년 9월 12일 규모 5.1과 규모 5.8의 지진이 동시에 일어났던 경북 경주시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또 발생했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는 경주시 문무대왕면으로 7년 전(경주시 내남면)보다 원자력 시설이 훨씬 가까운 지역이라 지역주민들은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30일 경주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5분쯤 문무대왕면 입천리 입천마을 복지회관 인근(경주시 동남동쪽 19㎞)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6년 9월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일어났던 내남면 부지리 화곡저수지 부근(경주시 남남서쪽 8㎞)에서 직선거리로 약 21.8㎞ 떨어진 곳이다.

이번 지진 규모는 7년 전보다 작아 문무대왕면 주민을 제외하면 경주 시민들이 체감하는 강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문무대왕면 일대가 국내 원전을 총괄하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비롯해 원전 관련 시설이 밀집한 지역이라, 주민들은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 이모(50ㆍ경주시 성건동)씨는 “2016년 지진 때도 방사능 유출이 가장 두려웠는데 이번 지진은 이전보다 약해도 원전과 너무 붙어 있어 두려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자로 6기를 보유한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는 이번 지진 발생지와 불과 9㎞ 거리다. 국내 유일의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도 진앙지와 직선거리로 7.5㎞ 떨어진 문무대왕면 봉길리에 있다.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했던 작업복, 장갑, 공구 및 필터 등으로, 지하 동굴로 만든 방폐장 구조물(처분고)에 적재돼 있다. 또 6.5㎞ 거리에는 용융염원자로(MSR)ㆍ소형모듈 원자로(SMR)를 개발하는 혁신원자력연구단지가 조성되고 있고, 불과 1km 떨어진 곳에는 SMR 산업을 육성하는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선다.

일단 한수원과 방폐장을 책임지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안전성에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월성원전 6기 모두 규모 7.0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다”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비상상황에 대비해 비상시 원전을 안전하게 정지하거나 냉각시키는 안전정지계통의 내진성능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환경공단도 “7년 전 경주 지진 후 처분 시설을 재설계해 내진성능을 규모 6.5에서 7.0으로 상향했다”며 “안전한 방폐장을 갖췄다”고 했다.

그러나 경주지역 반핵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원전 연장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월성원전 2, 3, 4호기의 수명이 각각 2026년, 2027년, 2029년 만료되는 만큼 정부가 무리한 수명 연장 추진을 중단하고 안전한 폐로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오늘 지진은 잠시 잊고 있었던 핵발전소 사고 불안감을 다시 키웠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경북도와 경주시는 지진 발생 직후 재난문자를 발송한 기상청과 달리 30~45분이 지나서야 대피 안내문자를 보내 빈축을 샀다. 두 지차제는 “기상청이 문자를 발송했고, 4.0 이상의 여진은 없을 것으로 판단돼 대피 요령을 중심으로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주=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