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 중 침수를 겪은 국내 작가 이우환 '점으로부터'가 28일 2023 크리스티 홍콩 하반기 경매에서 유찰됐다. 크리스티 홍콩 코리아가 제공한 작품 사진과 한국일보가 홍콩 현지에서 촬영한 사진을 사진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통해 색상정보값을 변경해 보니 육안으로 봤을 땐 쉽사리 알아볼 수 없었던 침수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경매를 주최한 크리스티 코리아 관계자는 이 작가의 작품 가치를 고려했을 때 작품의 보존 상태가 유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국일보가 색상값을 변경한 작품의 사진(오른쪽 사진)을 살펴보면 그림 왼쪽에 위아래로 길게 물 자국이 나있다. 왼쪽뿐만 아니라 오른쪽 하단에도 비슷한 모양으로 난 자국이 알파벳 'U'가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크리스티 코리아에 따르면 소장자가 작품을 구매한 뒤 창고에 방치하는 바람에 이런 손상이 생겼다고 한다. 작품 속 상처가 가로 13m, 세로 16m 크기의 작품을 가로지르고 있다.
결국 '점으로부터'는 구매자가 설정한 예상 낙찰가 범위에 해당하는 응찰이 없어 유찰됐다. 크리스티 홍콩은 예상 낙찰가를 8억4,000만~13억4,000만 원으로 설정했다. 경매사는 "350만 홍콩달러(약 5억7,890만 원)"를 부르며 입찰을 시작했으나 장내는 차분했다. 좀처럼 예상 낙찰 범위에 들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경매사는 유찰을 선언하며 경매봉을 두드렸다.
이 작가의 작품은 국내 시장에서 고가에 형성되고 있어 이번 경매가 미술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아 왔다. 지난해 6월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상반기 낙찰총액 1위는 이 작가(약 72억 원)였다. 이 작가의 '점으로부터' 경매 현장을 사진으로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