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종부세 폭탄' 피했다... 올해 납세자 3분의 1로 줄어

입력
2023.11.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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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자 66%, 세액 55% 급감
기본공제금액 확대 등 영향
1인당 평균세액은 31% 늘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폭탄’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10배 넘게 뛴 주택분 종부세 과세액이 1년 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국정과제로 내건 이번 정부에서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선 영향이다. ‘징벌 과세’ 문제는 풀었으나, 계속되는 세수 부족은 윤석열 정부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

국세청은 올해 귀속분 주택분·토지분 종부세 대상자 49만9,000명에게 총세액 4조7,000억 원의 납부고지서와 안내문을 23일부터 순차적으로 발송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이 중에서 주택분은 41만2,000명 대상, 1조5,000억 원이다. 지난해(119만5,000명‧3조3,000억 원)와 비교해 과세 인원은 66%, 세액은 55% 급감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 도입한 종부세는 당초 상위 1%의 고액 자산가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안정화 수단으로 세금 카드를 꺼내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3만2,000명이던 주택분 납세자는 2021년 93만1,000명으로, 세액은 같은 기간 약 4,000억 원에서 4조4,000억 원으로 1,100% 뛰었다.

정권이 바뀐 지난해에도 주택분 종부세가 3조3,000억 원 부과됐으나, 정부가 이후 세제 완화에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우선 종부세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약 18.6% 떨어졌다. 2004년 공시가격 제도 도입 이래 최대 하락폭이다. 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적용하는 비율(공정시장가액비율)도 하한선(60%)까지 내린 상태다. 2021년 해당 비율은 95%였다. 정부는 시행령으로 해당 비율을 60~100%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다.

여기에 종부세 면제 대상인 기본공제금액을 확대(1주택자 11억→12억 원‧다주택자 6억→9억 원)한 것도 영향이 컸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수준으로 세 부담이 환원된 것”이라고 평했다.

규제 완화의 과실은 다주택자에게 더 달콤했다. 1주택자의 올해 종부세 과세액은 90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5% 줄어든 반면, 다주택자에게 부과된 세액(4,000억 원)은 같은 기간 84% 줄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부진으로 다주택자 수가 줄어든 데다, 그간 다주택자에게 징벌적으로 적용되던 중과세율 등을 정상화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1인당 평균세액(360만4,000원)이 지난해(275만8,000원)보다 오히려 31% 증가한 점도 같은 이유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기본공제금액 인상으로 소액의 종부세를 납부하던 이들이 제외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과세 인원 감소율(66%)은 세액이 줄어든 규모(55%)를 웃돈다.

지역별로는 올해 공시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크게 하락한 세종의 종부세 과세액‧납세자 하락폭이 가장 컸다. 1년 전보다 세액은 82.6%, 과세자는 77.3% 줄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겼던 서울의 종부세 납세자는 올해 약 24만 명으로 59% 안팎 감소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과도한 부동산 세제 완화와 함께 줄어든 세수를 메울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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