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의 100만 관객?… ‘서울의 봄‘이 앞당긴 ‘극장의 봄’

입력
2023.11.27 12:51
19면
187만 관객.. ‘천박사’ 이후 첫주 100만
2030 관객이 예상 밖 57.9%나 차지
관람 중 스트레스 지수 측정 관객도

한국 영화와 극장가에 봄은 오는 걸까. 황정민 정우성 주연의 ‘서울의 봄‘이 상영 첫 주 관객 189만 명을 모으며 극장가에 흥행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 영화가 첫 주 관객 100만 명 이상을 기록한 것은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9월 27일 개봉, 첫 주 117만 명) 이후 두 달 만이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가 추석 연휴 전날 개봉한 점을 감안하면 ‘서울의 봄’의 흥행 수치는 의미가 더 크다. ‘서울의 봄‘은 여름에 공개됐던 ‘밀수’(172만 명)와 ’콘크리트 유토피아‘(154만 명)보다 첫 주 관객이 더 많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로는 ‘범죄도시3’(451만 명) 다음으로 많은 관객을 모았다. ‘범죄도시3’의 최종 관객 수는 1,068만 명, ‘밀수’는 514만 명,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384만 명을 각각 기록했다.

‘서울의 봄’의 관객이 토요일(25일, 59만 명)보다 일요일(26일, 62만 명) 더 늘어난 점도 예사롭지 않다. 보통 극장 관객은 일요일이 토요일보다 줄어든다. 월요일 출근과 등교 등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저녁 이후 관객이 많지 않아서다. 일요일 관객이 늘었다는 것은 ‘서울의 봄‘이 시간이 지날수록 흥행 뒷심을 발휘할 수 있다는 신호다.

‘서울의 봄‘은 1979년 발생한 12·12 사태를 소재로 삼고 있다. 군사반란을 획책하는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일당과 군의 정치 불개입이라는 신념에 따라 반란을 저지하려는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의 대결을 그렸다. 44년 전 발생한 사건이 소재라 중장년층의 관심을 많이 끌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서울의 봄’ 관객은 20, 30대 비중이 크다. 27일 멀티플렉스 체인 CGV에 따르면 22~26일 기준 ‘서울의 봄‘ 관객 중 29.4%가 30대였고, 28.5%는 20대였다. 관객 57.9%가 2030세대로 40대(21.8%)와 50대(12.9%), 60대 이상(3.5%)보다 더 많다. 황재현 CGV 전략담당은 “언론배급 시사 이후 과연 2030 관객이 ’서울의 봄‘을 볼까 의문이 들었다“며 “특히 20대 비중이 이렇게 높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봄’은 CGV 관객 선호도 지표인 ‘에그지수’가 98%다. 황 전략담당은 “100명 중 98명이 만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매우 이례적인 수치”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최은영 이사는 “젊은 층이 잘 몰랐던 내용을 영화로 알고선 다들 분노하며 꼭 봐야 할 영화로 입소문을 내는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영화 관람 중 스트레스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측정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실화에 허구를 보태 영화적 재미를 증폭시킨 점이 흥행 요인으로 분석된다. 영화 속 전두광은 전두환, 이태신은 장태완을 각기 밑그림 삼아 만들어진 인물들이다. 노태우는 노태건으로, 최규하 전 대통령은 최한규로 등장한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했으나 이름을 바꿔 캐릭터에 상상력을 더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현대사의 물길을 바꾼 정치적 사안을 소재로 했음에도 반란군과 진압군의 대결을 액션 영화처럼 보이도록 꾸며 긴장감을 빚어내기도 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누가 먼저 서울을 점령하느냐의 싸움 등을 긴박감 있게 표현해냈다”며 “정치 영화가 아니라 군 액션영화처럼 느끼게 만든 점이 젊은 층에게 소구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