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K드라마’와 다른 ‘K북’만의 매력에 빠졌어요”

입력
2023.11.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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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맞은 ‘K-북 페스티벌 2023’
소설, 에세이 넘어 관심 분야 확대

“10여 년 전 처음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건 K팝과 드라마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평소 독서를 좋아했기 때문에 책으로 관심이 옮겨 갔습니다.”

26일 고서점 거리로 유명한 도쿄 진보초에서 열린 ‘K-북 페스티벌 2023 인 재팬’에서 만난 직장인 사토 유키(41)의 말이다. 한국 책에 대한 관심은 좋은 책을 일본에 번역해 소개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어졌고,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한 결과 지금은 한국 웹툰 번역을 하게 됐다. 디자이너 겸 유튜버인 세키구치 겐지(52)는 “디자이너 업계의 지인도 한국 책 이야기를 종종 소셜미디어에 올린다”며 최근 수년간 한국 서적에 관심 있는 이들이 주변에 늘었다고 전했다.

일본 K-BOOK진흥회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한 ‘K-북 페스티벌 인 재팬’은 이들처럼 한국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로 가득 차 성황을 이뤘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의 관람객은 지난해(1,200여 명)를 훌쩍 넘었다. 부모 손을 잡고 와서 그림책을 고르는 아이부터 돋보기를 쓰고 진지한 표정으로 책을 넘겨보는 고령층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저자 황보름 작가의 북토크, 한국과 일본의 유명 SF 작가 김초엽과 오가와 사토시의 대담 등 다양한 이벤트가 온·오프라인에서 개최돼 큰 관심을 모았다.


"사회문제 다룬 문학 많은 것이 차이점"


이날 행사엔 35곳의 일본 출판사가 부스를 열고 독자들을 만났다. 2005년 시인 안도현의 에세이를 출판한 것을 시작으로 30여 권의 한국 책을 번역, 출판해 온 쇼시칸칸보도 그중 하나다. 편집자 이케다 유키(49)는 “한국 책을 다수 내는 일본 출판사는 우리를 포함해 초창기 서너 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수십 곳으로 늘어났고, 장르도 소설과 에세이에서 더 확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문학과 다른 한국 문학의 매력으로 정치나 사회문제를 반영하는 소설이 많다는 점과 슬픔을 묘사한 작품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들었다. 슬픔이라는 부정적인 감정도 섬세하게 묘사돼 마음을 울린다는 것이다. “K드라마엔 화려한 인물의 화려한 생활이 묘사되지만 문학에서 묘사되는 한국의 모습은 다르다”고 그는 덧붙였다.

번역가 와타나베 나오코도 “일본의 어린이 책은 사회문제나 사람의 죽음 등 어려운 문제는 다루지 않는 편인데 한국 서적은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도 그런 문제들을 다룬다”는 점을 차이점으로 꼽았다. 와타나베는 10여 년 전부터 ‘한국 그림책 읽는 모임’을 만들어 운영해 오면서 한국 그림책과 에세이를 다수 번역했다.


한국어 책도 많이 팔려

올해 행사엔 한국 출판사도 5곳에서 부스를 마련해 참여했다. ‘책마을해리’의 이우현 편집자는 일본어 번역 서적이 아닌 순수 한국어 서적인데도 많은 관람객이 관심을 보이고 책을 사 가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다, 읽기 쉬운 책을 추천해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오래전부터 일본에 한국 서적을 번역 출판하고 번역가 양성에 힘을 기울여 온 김승복(53) 도서출판 쿠온 대표는 K-북 페스티벌이 일본에 한국 서적을 알리는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 잡도록 한 공로자다. 1회 때부터 실행위원장을 맡아온 김 대표는 K북을 더 많이 일본에 알리기 위해 한국 정부나 기관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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