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4일 '혁신위원들의 사의 표명' 진위를 두고 혼선을 빚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내홍을 봉합했지만, 혁신위 내부 갈등만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향후 혁신위의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에 당내 호응이 없다면 언제든 재발해 여권의 혁신 시도 자체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혁신위가 오는 30일 의결될 예정인 당 지도부·중진·친윤 핵심에 대한 불출마·험지 출마 안건 수용 여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혁신위는 이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3명의 혁신위원과 인 위원장은 오늘 오찬을 했다"며 "3명의 혁신위원이 사의 표명을 한 바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소연·이젬마·임장미 혁신위원이 전날 사의를 표했다는 보도를 반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혁신위 내부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날 회의에서 김기현 대표,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 등이 혁신위의 희생 권고를 3주 넘게 무시하는 상황에서 '압박 수위'를 둘러싸고 위원들의 입장이 갈렸다. 비정치인 출신 위원들은 '바로 공식 안건으로 의결하고 혁신위를 종료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정치인 출신 김경진 위원은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시간끌기용"이라고 발언해 충돌했다. 김 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혁신위 존재 의의가 당의 지지도를 올리고 내년 선거를 유리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시간 여유를 두고 연착륙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지도부에 결단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취지지만, 당 일각에서 혁신위에 기대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는 의지가 없음을 자인한 꼴이 됐다. 더욱이 혁신위 내부 잡음까지 새어 나오면서 혁신위 권위와 동력이 사라진 게 아니냐는 회의론도 나왔다. 이용호 의원은 "(혁신위와 지도부 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혁신위 해체를 주장했다.
사의 논란이 불거진 위원들은 이날 인 위원장과 오찬에서 지도부의 혁신안 수용을 위해 노력하고, 김 위원의 사과와 대변인직 사퇴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이러한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혁신위가 오는 30일 희생 혁신안을 정식 안건으로 의결해 최고위원회에 통보할 예정인 가운데, 지도부의 반응이 없다면 혁신위원들의 사퇴 등이 현실화할 수 있다. 혁신위에 전권을 약속한 김 대표가 혁신위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모습은 여권 전체의 혁신 의지마저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를 적정선에서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혁신위를 만든 김 대표가 스스로 걷어찰 수는 없을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혁신안을 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대표가 결단해야 혁신위의 명분도 살 수 있다"고 했다.
김기현 지도부와 혁신위 간 갈등에 이어 혁신위 내부 갈등 등으로 당 지지율 정체가 이어지면 내년 총선 출마자들이 직접 김 대표의 변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3%로, 더불어민주당(35%)과 오차범위 내에 있었다. 김 대표가 여당 대표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긍정 평가(46%)가 50%를 밑돌았다.
김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혁신위가 희생을 공식 요구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나름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활동 결과를 잘 지켜보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25일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남을에서 의정보고회를 여는 것에 대한 질문에도 "내 지역구고 내 고향인데, 울산에 가는 게 왜 화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