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80대 성폭행한 80대 풀려난 이유는..."고령이라서"

입력
2023.11.17 11:18
충남 논산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범행
경찰 출동했지만 구두 경고에만 그쳐
피해자 측 "가해자만 편하게 돌아다녀"

경찰이 대낮에 80대 여성을 성폭행한 80대 남성을 고령이라는 이유로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MBN 보도에 따르면 80대 여성 A씨는 6월 2일 오후 4시쯤 자신이 홀로 거주하는 충남 논산의 한 아파트에서 80대 남성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A씨는 초인종이 울려 집 문을 열었고, B씨가 갑자기 밀치고 들어와 안방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마침 A씨의 아들이 범행 현장을 목격해 B씨를 붙잡아 출동한 경찰에 인계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았다. 대신 "고령이고 주거가 일정해 도주의 위험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집 안에서만 간단히 조사한 후 B씨를 그대로 풀어줬다. 경찰은 B씨에게 "A씨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구두 경고 조치만 했다. A씨에 대해 피해자 접근 금지 명령 등 적극적인 피해자보호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B씨를 강간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의 소극적 대처에 A씨는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A씨는 "남자가 여기를 왔다 갔다 하는데 얼마나 무섭게 생겼는지 모른다"며 두려움에 떨었다. A씨의 가족 역시 "가해자는 편하게 돌아다니고 있는데 정작 어머니는 집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누가 죄인인지, 누가 감옥살이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경찰은 "가해자 나이 등을 고려해 초동 조치를 했고, 피해자 보호도 절차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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