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몰린 재난위기가정에 의료비·생계비 등 지원 절망 딛고 ‘다시, 희망!’

입력
2023.11.16 15:39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선천적 기형·소아암 가정 등에 의료비 등 최대 1,100만원 지원
7년간 331세대 13억여원 혜택
올해는 ‘회복’ 넘어 ‘자립’ 중점

“세 아들이 모두 안구암을 진단받은 뒤로 정말 힘든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병원과 집을 오가느라 일상생활은 꿈도 못 꿨죠. 우리 가정에 찾아온 ‘다시, 희망!’ 사업은 한줄기 빛과도 같았습니다. 덕분에 다시 일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지난 2020년 7세 큰아이와 5세 쌍둥이 형제까지 삼형제가 모두 안구암 진단을 받은 노희철 씨(47). 삼형제는 3년 넘게 항암치료를 받아왔다.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노 씨 의 속이 타들어갔다. 길어지는 치료로 늘어만 가는 치료비 역시 노 씨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지쳐가던 노 씨에게 어느 날 담당 사회복지사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사업을 소개했다. ‘다시, 희망!’은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가정, 중대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아이들 가정, 한부모 가정이나 가정폭력 피해 가정 등 위기 상황에 놓인 재난위기가정에 의료비(1,000만 원 한도), 주거비(500만 원 한도), 생계비(500만 원 한도) 등 최대 1,0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희망브리지는 지난 2017년 ‘다시, 희망!’ 사업을 시작했다. 재난에 특히 취약한 가정은 일상에서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빈번하고, 일상회복에도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통계에 주목했다. 희망브리지는 재난위기가정에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면 가정의 기능이 회복되고 자립 가능성 역시 높다고 보고 있다.

7년째로 접어든 올해에는 ‘위기상황 극복’과 ‘자립계획 실행’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촘촘하게 재정비했다. 위기 상황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위기가 발생한 지 6개월 내에 일상 회복 지원을 시작하고, 위기가정 스스로 자립계획을 세워 실행에까지 이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위기가정의 자립계획을 심사해 최대 100만 원의 실행비를 지원한다.

자립을 준비하고 있는 노 씨는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희망브리지 덕분이었습니다. 아빠만 믿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일해 보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희망브리지는 올해에만 재난위기가정 53세대를 지원했다. 선천적 기형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을 비롯해 가정폭력을 피해 홀로서기에 나선 가정, 소아암을 앓은 후 하반신이 마비된 아동 가정에 치료비와 생계비, 자립을 위한 취업교육비 등이 지원됐다. 지난 7년 동안 지원한 재난위기가정은 331세대, 지원액은 모두 13억 7,671만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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