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안에 대만을 공격하진 않을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놓은 발언이다. 불과 1년 전 '대만 무력 통일'을 시사했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무력 통일 시나리오를 슬며시 후순위로 미루고, 일단은 대만해협 긴장감을 낮추는 데 주력하려는 태도가 감지됐다.
물론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바뀐 건 아니다. 이날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측 시각차가 가장 뚜렷한 사안 중 하나는 대만 문제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언제나 중미 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라며 "우리는 발리 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긍정적 태도를 중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던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실제 시 주석은 이날 '대만 흡수 통일' 방침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그는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며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다만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 중국 측 발표엔 없었지만, 시 주석은 당장 대만 침공을 준비하고 있진 않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시 주석이 '몇 년 안에 대만을 상대로 군사 행동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따로 설명했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대만 통일을 위한 무력 사용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대만 침공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그런데 1년여 만에 '무력 통일은 후순위'라고 못 박은 것이다. 대만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할 테니, 미국도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 등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판세가 중국에 유리한 흐름을 타기 시작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공산이 크다. 15일 대만 제1·2야당 후보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와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집권 민진당은 독립 성향이 강한 반면, 국민당과 민중당은 친중 성향이 짙다. 대만 언론들은 야권 후보 단일화 시 현재 지지율 1위인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할 것으로 전망한다. 민진당 재집권을 반대하는 중국으로선 호재를 만난 격이어서, 굳이 위압적 태도로 대만 내 독립 여론을 자극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변함이 없다면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고, 어느 일방의 현상 변경 시도를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의 대만 총통 선거 개입을 우려한 듯, 시 주석에게 "대만 선거 절차를 존중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 시 주석과 극한 대립을 피하면서도 신경전을 이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