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관리하자” vs “경쟁이 왜 필요해”… 바이든·시진핑, 회담 전부터 팽팽

입력
2023.11.16 05:39
1년 만에 샌프란시스코서 대면 회동
“대화 중요” vs “서로 존중을” 시각차

“책임감을 갖고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강대국 간 경쟁은 현재 대세가 아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1년 만에 마주 앉은 세계 양강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회담 전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각자의 현직 취임 이후 두 번째 대면 회동을 했다.

“솔직하게 소통을” vs “바꿀 생각 말기를”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부터 두 정상의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경쟁이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확실히 단속해야 한다”며 “미국이 바라는 대로 책임감을 갖고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후변화부터 마약 퇴치와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이는 우리의 공동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강대국이 경쟁하면서 동시에 협력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생각하는 해법은 직접 소통이다. 그는 “대면 토론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우리(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는 서로 오랫동안 알아 왔고, 항상 의견이 일치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만남들은 항상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유용했다”고 말했다. 또 “나는 우리가 정상 대 정상으로 오해 없이 서로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대화가 가치 있다고 평가한다”고도 했다. 양국 간 관계의 바람직한 양상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 주석의 방점은 달랐다. 그는 “중국과 미국 같은 두 대국이 서로 등을 돌리는 건 선택지가 아닌 데다 한쪽이 다른 쪽을 개조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갈등과 충돌은 양쪽 모두에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대국 간 경쟁은 현 시대에 대세가 아니고, 그렇게 해서는 중국과 미국, 나아가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대체로 풀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지구는 양국이 (함께)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크고, (양국 중) 한 나라의 성공은 다른 나라에도 기회”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정한 경쟁의 필요성을 부인한 것이다.

더불어 “중국과 미국이 역사와 문화, 사회 제도와 발전 경로가 다르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라며 “다만 양국이 서로 존중하고 평화 속에 공존하면서 상생을 추구한다면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나라의 차이가 엄연한 만큼 무엇보다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역설한 셈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에 대한 우회적 불만 토로로 여겨진다.

유럽·중동 ‘두 전쟁‘ 속 미중 관계 안정 공감대

회담장인 ‘파일롤리 에스테이트(Filoli Estate)’에 먼저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장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당초 예정된 확대 양자 회담 시작 시간보다 30여 분 늦은 오전 11시 17분쯤 시 주석이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도착하자 악수하며 맞았다. 두 정상은 맞잡은 서로의 손에 자신의 다른 손을 얹으며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전 11시 24분부터 약 5분간 이어진 정상 모두발언 뒤 회담은 비공개로 전환했다.

두 정상은 약 4시간 동안 회담을 갖고 미중 양자 관계 현안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러시아 간 군사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한다. 양측은 각자 해석한 회담 결과를 담은 대언론 발표문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에서 단독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결과를 설명한다.

이번 회담의 목적은 관계 안정화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났는데도 경제 회복세가 기대 이하인 시 주석의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군 당국 간 통신 채널 복원과 기후변화 공동 대응, 마약류 펜타닐 관련 공조 등이 양국 간 합의가 가능한 의제로 꼽힌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