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혁신위도 친윤계 반발에 좌초 위기, 야당 전철 밟나

입력
2023.11.15 04:30
27면

국민의힘 친윤석열계 핵심 의원들이 혁신위원회의 불출마나 험지출마 요구를 뭉갠 지 열흘이 지나고 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한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의 압박에 되레 경고를 날렸고, 장제원 의원은 노골적인 거부 의사까지 밝혔다. 혁신은커녕 분란만 커져 향후 이들이 용단을 내린다 해도 혁신의 진정성은 빛이 바랜 분위기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매를 들겠다”고까지 했지만, 친윤계 의원들은 밥그릇 사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측근에게 ‘국회의원으로 가질 수 있는 영광은 다 이뤘다’면서 혁신위 요구를 수용하는 듯했던 김 대표의 말은 달라졌다. 그는 어제 “일부 혁신위원의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의 기강을 흐트러뜨리지 말아야 한다”면서 “질서 있는 개혁을 통해 당을 혁신하도록 (혁신위에) 권한이 부여됐다”고 했다. 조기 해체설이 흘러나온 혁신위에 대한 경고였지만, 불과 한 달 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전권을 주겠다"며 혁신위를 출범시킬 때의 위기감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주말 4,000여 명이 모인 산악회에서 세과시를 한 장 의원도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에 가지 않겠다”며 혁신위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당 내부에서는 이들이 경기 김포의 서울시 편입과 공매도 중단 등 여당이 던지는 대형 이슈에 대한 민심의 반응을 살피며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혁신위 활동이 마무리되는 다음 달 말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거취를 정해도 늦지 않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정치 셈법에 골몰하면서 흘려보내는 시간만큼 혁신위가 노린 효과도 반감되는 게 사실이다.

당이 처한 위기에서 벗어날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혁신위 입장에서는 핵심 인사들에 대한 희생 요구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래야만 국민들에게도 혁신의 진정성을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모르지 않는 친윤계 핵심들이 순간의 위기만 넘겨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 한다면, 인요한 혁신위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좌초한 김은경 혁신위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