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몰아치는 KBS 칼바람… 또 다른 편파 우려한다

입력
2023.11.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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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취임 첫날부터 KBS에 매서운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시사프로그램이 일방 폐지되고 주요 뉴스와 프로그램 앵커도 교체됐다. 기존 앵커들은 시청자에게 마지막 인사조차 전하지 못했다. 제작진과 실무자 협의를 거쳐 절차대로 진행해도 될 터인데, 마치 점령군이 들이닥친 듯한 모양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박 사장 취임 당일인 13일 아침 사내망을 통해 주 4일 저녁시간 방영되는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가 편성표에서 삭제됐다. 노조는 성명에서 “사측은 제작진과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했다. 사실상 폐지 수순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전날 저녁에는 라디오센터장 내정자가 라디오 프로그램인 ‘주진우 라이브’ 담당 PD에게 전화해 주 앵커에게 하차 통보할 것을 지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진행자 멘트나 패널 선정 등에서 편파 논란이 많았으니 그렇다 쳐도, 보도본부에서 4년 동안 ‘뉴스9’을 진행해 온 이소정 앵커, 라디오 ‘최강시사’ 진행자(김기화)에게까지 일방적으로 교체 통보를 했다고 한다. “군사쿠데타를 방불케 한다”는 야당의 비판이 과장이 아닌 모습이다.

굳이 ‘프로그램 개편 전에 제작진과 협의해야 한다’(31조)는 KBS 단체협약, 편성규약을 들지 않더라도, 제작진이나 실무진과 충분한 상의를 거치는 건 기본 상식이다. 그래서 이런 조치들이 향후 KBS 행보의 예고편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옳든 그르든 수년간 시청자와 만나온 진행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시간을 줄 만큼의 아량은 있어야 했다.

박 사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년 동안 불공정 편파 보도로 공정성을 훼손하고 신뢰를 잃었다”고 전임 사장 시절의 잘못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편파방송이 문제가 됐듯, 단 며칠의 행보만으로도 국민들은 또 다른 편파를 낳지 않을지 우려한다. “공정성과 신뢰도 확보를 경영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다짐이 절대 빈말이어서는 안 된다. 다음 정권에서도 칼바람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