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원앤온리 타워에는 '수상하지만 특별한' 벤치가 있다

입력
2023.12.13 11:00
17면
한 번 쓰고 버린 마스크 필터가 예술품으로
PET 원료부터 폐기물까지 재활용 연구도
멤브레인 기술→수소시장 핵심소재 통합솔루션
바이오 그린수소·재고 의류 업사이클링도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코오롱원앤온리타워 1층 로비에는 '잠재의식 속의 풍경'이란 이름을 가진 벤치가 놓여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질감을 가진 이 벤치는 일회용 폐마스크 100㎏에서 뽑아낸 폴리프로필렌(PP) 필터로 만들었다.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를 활용해 만든 이 벤치는 수령(樹齡) 15년생 소나무 92그루를 심는 것과 비슷한 탄소 저감 효과를 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벤치는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한 두 번째 성과다. 2021년 이웅열 명예회장이 친환경 릴레이 캠페인 고고 챌린지에 참여한 뒤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부터 코오롱그룹은 마스크를 재활용하고 있다. 썩는 데 450년이 걸리고 소각하면 온실가스를 내뿜는 마스크 필터를 재활용하는 데 그룹의 전문성을 발휘한 것이다.

이후 주요 사업장 일곱 곳에 일회용 마스크 수거함을 설치해 임직원들이 사용한 마스크 300㎏을 모았다. 부자재와 섞인 마스크는 2만9,000여 개 옷걸이로 재탄생해 코오롱FnC 매장에서 쓰인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탄소 배출량 약 5.4톤(t)을 줄여 15년생 소나무 1,844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라며 "친환경 활동을 예술과 융합해 차원이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벤치가 놓인 코오롱원앤온리타워도 신재생 에너지와 건물 구조를 활용해 에너지를 줄이는 친환경 건물이다. 설계 과정에서부터 빌딩 전면부 패널 간격과 각도를 최적화해 태양 복사열 유입에 최적화됐다. 2018년 미국 그린빌딩위원회(USGBC)로부터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LEED) 상위 등급인 골드 인증도 받았다.



'지속가능한 고분자 생태계' 꿈꾸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은 지속가능한 고분자 생태계라는 친환경 성장 전략을 통해 페트(PET) 원료부터 폐기물까지 제조 과정 전반에 걸친 재활용 기술 및 친환경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화학재생그린섬유개발 사업 주관사에 뽑힌 이 회사는 2026년까지 국비 지원 사업을 편다.

폐PET의 화학 재생이 가능한 공정 기술을 구축하고 석유 기반 원료 대체 재생 원료를 개발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 사용 PET 필름 개발과 생분해성 플라스틱(PBAT) 양산, 부직포의 하나인 스펀 본드(SPUN BOND) 제품 국제 기준 환경성적표지(EPD) 인증 등의 성과에도 '국내 최초' 수식어가 붙었다.

또 30년 넘게 쌓아 온 분리막(멤브레인) 설계·제조 기술과 수소연료전지용 분리막 기술 연구 등을 활용해 수소 시장 핵심 소재 통합 솔루션도 제공한다. 수소연료전지에서 전기가 잘 발생하도록 습도를 조절하는 부품인 수분제어장치는 2013년 국내 최초 양산 체제를 갖춘 이후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은 수소연료전지의 또 다른 핵심 부품인 고분자전해질막(PEM) 양산 설비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생산·판매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전기발생장치(스택)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막전극접합체(MEA)는 PEM과 전극을 결합한 부품인데 이 역시 시장 수요에 발맞춰 양산 체제를 갖추고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코오롱글로벌, 수소∙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선도


코오롱글로벌은 수소, 수처리 기술 등 친환경 분야에서 연구 개발과 기술 인증을 꾸준히 하며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멤브레인 수처리 기술을 국내 하·폐수처리장에 확대 적용한 것이 대표사례다.

음식물쓰레기나 분뇨, 하∙폐수처리장 찌꺼기 등 유기성 폐기물에 미생물전기분해 기법을 적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바이오 그린수소' 생산 기술국내 최초로 개발 중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함께 그린수소 폐기물 혐기성 처리, 하∙폐수 미생물 처리 등 환경∙에너지 분야 공동 연구개발도 하고 있다.

풍력발전 단지 시공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실적도 쌓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경북 경주시 경주풍력 1∙2단지(37.5메가와트(㎿))와 강원 태백 가덕산 1단지(43.2㎿), 2단지(21㎿) 등 풍력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첫 주민 참여형 풍력단지인 강원 태백 가덕산 1단지는 단 한 건의 민원도 없이 성공적으로 상업 운전을 해 지역 사회와 상생 사례로 꼽혔다고 한다.

이 회사는 강원 양양군 만월산(46.2㎿), 경북 영덕군 해맞이(34.4㎿)·호지마을(16.68㎿) 등 프로젝트를 시공하고 있다. 2030년까지 배당이익 413억 원을 목표로 풍력단지를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12년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진출한 뒤 지난해에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400㎿ 규모의 '완도 장보고 해상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론칭 10주년을 맞은 국내 최초 업사이클링 브랜드 레코드(RE;CODE)코오롱FnC의 친환경 경영 전략을 상징한다. 코드는 코오롱FnC가 보유한 여러 브랜드에서 나온 3년 차 재고나 에어백, 카시트 등 다른 그룹 계열사의 산업 소재를 재활용해 재탄생시키는 브랜드다. 올해 2분기 기준 재고 의류 30,027벌이 새 상품이 됐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2016년부터 노아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멸종 위기 동식물을 보호하고 있다. 상품을 만들 때 친환경 소재와 제작 방식을 적용하고 수익금 일부는 기부한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 친환경 경영 전략 수립은 물론 일상 속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제로 웨이스트 활동에 모든 임직원이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친환경 경영과 내부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