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재는 연말 기준 종목당 10억 원 이상 상장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대상인데, 기준 금액을 높게는 50억 원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대주주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대량 매도해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국내 주식의 경우 소액주주는 주식을 사고팔아 남기는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 다만 주식 보유 비중이나 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 대주주로 분류되면 20~25%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대주주 금액기준은 2000년 도입 당시 100억 원에서 4차례 개편 끝에 10억 원(2020년)으로 강화됐다. 2021년부터는 3억 원으로 한 차례 더 낮출 예정이었지만, 개미투자자들 반대로 무산됐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의식한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의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하는 소동이 일었을 정도다.
이번에 주식 양도세 완화 카드를 꺼낸 것도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이어 내년 4월 총선에서 1,400만 동학개미들의 표심을 노린 조치일 것이다. 양도세 부과 대상 확정 시점이 매년 증시 폐장 직전일이어서 매년 개인투자자가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해 연말 즈음 쏟아내는 ‘절세 매매’는 상당한 규모다. 작년 양도세 기준일 하루에만 개인투자자들이 1조5,000억 원어치를 덜어냈고, 재작년엔 3조 원 이상을 팔았다. 대주주 기준을 대폭 높이면 연말 증시 부양의 효과가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보편적 조세원칙을 훼손한다. 여야 합의로 2025년부터 모든 금융투자상품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에도 정면 배치된다. 가뜩이나 세수 부족에 허덕이면서 또 하나의 부자감세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도 정당화하기 쉽지 않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야당과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야가 표심 앞에 또다시 야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