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후 65명 숨진 인천대교… 효과 없는 '드럼통' 대신 '추락 방지망' 설치

입력
2023.11.13 04:30
작년 말 갓길 주차 금지용 드럼통 설치, 효과 '미미'
추락 방지 시설 필요, 바람 취약 사장교 안전 우려
용역 결과 "방지 시설 설치해도 다리 안전 이상 無"

작년 한 해에만 17명이 투신해 숨진 인천대교에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해도 다리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대교 운영사인 ‘주식회사 인천대교’로부터 받은 ‘투신 방지 시설 내풍 안전성 검토 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풍동 실험 결과 인천대교에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동 실험은 인공적으로 기류를 발생시켜 구조물이 바람에 받는 영향 등을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인천대교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길이 21.4㎞의 국내 최장 교량이다. 사람의 보행 진입이 불가능해 차량만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가 대교 위에 차량을 두고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인천대교 주탑 부근은 아파트 30층 높이와 비슷한 74m로 떨어지면 즉사 가능성이 높다. 추락 후에는 조류가 강한 서해 특성상 구조도 쉽지 않다. 2009년 개통 후 투신 사망자는 65명에 이른다. 해양경찰 관계자는 “추락 후 15~30분 이내에 발견하지 못하면 3일 넘게 수색하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영사 측은 고육지책으로 지난해 11월 인천대교 교량 구간 18㎞ 중 투신이 집중되는 가운데 부분 4㎞ 구간 갓길에 주정차를 막기 위한 플라스틱 드럼통 1,500개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올해만 10명이 숨지는 등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문제는 다리의 안전이었다. 인천대교는 상판이 교각 위에 고정되지 않고 두 개의 기둥과 연결된 케이블에 의해 공중에 매달린 사장교다. 상대적으로 바람에 취약해 추가 시설물이 안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추락 방지 시설 설치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구조 검토를 운영사에 요청했고, 1억 원을 들여 지난 6월 용역에 착수했다. 이번 용역은 다리 중간에 위치한 사장교 구간 왕복 12㎞ 구간에 2.5m 높이의 추락 방지 시설 설치를 가정해 이뤄졌다. 용역사는 보고서에서 “진동과 공기력(풍압) 측정 실험 결과 내풍 안전성을 만족했다”며 “거더(구조물을 떠받치는 보)와 케이블, 주탑에 대한 구조 검토 결과 모두 허용치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용역 결과에 따라 예산만 확보되면 추락 방지 시설 설치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허종식 의원은 “(시설 설치를) 위한 예산 120억 원 증액을 국토부에 요청했다”며 “더 이상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해선 안 되는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영사 관계자는 “실제 추락 방지 시설을 어디에, 어느 규모로 설치할 것인지 앞으로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