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경제기관이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연달아 낮춘 데 이어, 국책연구기관마저 하향 조정에 나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4%로 내렸다. 5월(1.8%→1.5%)에 이어 한 번 더 낮춘 것이다. 특히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1.8%로 0.3%포인트 내려 정부의 ‘상저하고(상반기 저조했다가 하반기 회복)' 기울기가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한국 경제 회복세가 더 늦어지고 있고, 이런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DI의 올해 전망은 기획재정부‧한국은행‧IMF와 같고, 아시아개발은행(ADB·1.3%)보다 높은 수준이다. 주요 기관 중 1.5% 전망치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유일하다.
KDI는 내년 들어서도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경제 성장률(2.2% 전망)이 올해보다 높아지겠지만 계속되는 내수 부진으로 경제 활성화 시기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정 실장은 “한국 경제는 완만한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3.6%)보다 다소 내려간 2.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고용 불안과 소비 침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률은 올해 2.7%에서 내년 3.0%로 오르고, 고금리 여파로 민간 소비 부진 역시 깊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경제 회복을 짓누르는 요인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과 중국의 부동산 경기 위축 문제를 짚었다. KDI는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생산비용 상승과 실질소득 감소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 3대 원유 중 하나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졌으나, 중동 사태가 급변할 경우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이어 중국 부동산 경기 급락으로 실물투자가 크게 둔화해 한국 경제의 성장세 역시 둔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