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지난해 1월 사이버 해킹 공격을 받아 일부 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외교부는 스팸 차단 시스템에 저장돼 있던 4기가바이트(GB) 분량의 파일이 유출된 것으로, 대부분이 개인 스팸 메일이라 실질적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해킹의 주체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건 쉽지 않다. 다수의 중간 경유지를 사용하는 해킹의 특성상 최종 인터넷상 컴퓨터 주소(IP)만 갖고 특정 국가에서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하는 건 섣부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를 겨냥한 해킹 공격 중 80% 이상은 중국과 북한이라는 게 국가정보원과 보안업계 설명이다.
중국이든 북한이든 정부 보안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외교 전략이나 협상 전술 등이 담긴 극비 자료라도 넘어갔더라면 큰 낭패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나 국방부에 대한 중국·북한의 해킹 공격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반적 점검과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전 세계는 지금 사이버 외교 안보 전쟁 중이다. 올 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 외교부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 시도는 1만7,510건이나 됐다. 국정원도 국정감사에서 국제 해킹 조직의 국내 사이버 공격 시도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 하루 평균 150만 건이 넘는다고 보고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서 보듯 사이버 안보 중요성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평시에도 상대국의 선거나 여론 형성에 개입하는 일까지 잦아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국가정보국(DNI) 산하에 '해외악의적영향력센터(FMIC)'를 설치, 이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총선도 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로 자금줄이 막히자 가상화폐 해킹 탈취 등을 통해 핵 미사일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가 사이버 안보 역량을 더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사이버 공격은 단 한 번만 뚫려도 국가 안보를 뒤흔들 수 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해도 결코 지나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