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3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 회의를 앞두고 환경단체들이 정부에 과감한 플라스틱 감축 정책을 촉구했다. 지난 7일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 등에 대한 단속을 무기한 유예하는 등 정책 후퇴 조짐을 보이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환경단체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 폐기 등 전 주기에 걸친 감축 목표와 구체적인 로드맵을 설정하라”고 요구했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유통, 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규제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이다. 지난해 3월 열린 유엔환경총회(UNEA)에서는 내년 말까지 이 협약을 완성한다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협약이 체결된다면 파리기후협정 이후 가장 의미있는 환경협약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13일부터 19일(현지시간)에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제3차 회의가 열린다. 지난 9월 협약 초안이 공개된 뒤 처음 열리는 협상 회의라 각국 정부가 구체적 입장을 밝히고 조율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초안에는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 △재사용 시스템 촉진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단계적 퇴출 △PVC 등 유해 폴리머 사용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중 핵심 쟁점인 ‘신재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해 우리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달 19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협약 대응 방향을 논의하면서 정부는 “우리나라의 석유화학산업 생산량이 세계 4위인 것을 고려해 신재 생산 감축 목표 설정 등 일률적인 규제조항 신설에는 신중한 접근을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대응 방안이 ‘국제 환경질서를 선도하는 중추 역할을 하겠다’는 환경부의 선언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정부가 겉으로는 플라스틱 협약을 이끌어 가는 것처럼 행동하나, 사실은 생산 단계에서 감축은커녕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제도를 철회하는 등 국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우리나라는 내년에 열릴 협약 마지막 회의 개최국인 데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우호국 연합’에 동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가입한 나라”라며 “당장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이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감량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