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의혹' 해병대 사령관 유임...박정훈 측 "채 상병 사건 방어하려는 심산"

입력
2023.11.07 14:14
김정민 변호사 MBC라디오 인터뷰
"정부, 인사 조치 없이 힘 실어줘" 
"경찰, 외압 관계자 진술서만 받아"

해병대 순직 사건 외압 논란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유임된 데 대해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 측이 "정부가 외압 사건을 방어하려는 심산"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훈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전날 국방부 인사에 대해 "(김 사령관은) 해병 순직 사건에 대해서도 완전히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고, 그 이후 벌어진 (외압) 사태에 대해서도 일정량 책임이 있다"며 "법적 책임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인사 조치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결국 (외압 사건은) 박정훈 대령과 해병대 사령관의 진실 게임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며 "해병대 사령관을 계속 유지시키는 자체가 그걸 통해 이 사건을 방어하려는 심산이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지난 7월 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채모 상병 사건을 수사해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한 조사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한 후 항명 혐의로 보직해임됐다. 김 대령 측은 김 사령관이 "VIP가 격노해 국방부 장관과 통화했다"고 말했다고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김 사령관은 "외압이 없었다"며 박 대령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김계환 사령관이 박 대령 해임 당일(8월 2일) 박 전 단장의 부하인 중앙수사대장에게 전화해 "어차피 우리는 진실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게 없다"고 말하는 등 박 대령을 두둔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김 사령관 주장의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압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임성근 사단장은 군 요직인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인이 고사해 정책 연수를 가게 됐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국민들 생각과는 전혀 엇박자로 영전을 고려했었다는 자체가 (정부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자기들은 잘못한 게 없다' 이런 강한 메시지를 주는 거 아니겠느냐"며 "결국은 (대통령의) 신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임 사단장이 요직을 고사한 과정 등이 언론에 상세히 보도된 데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김 변호사는 "만약 그런 (정책 연수) 생각이 있었다면 본인이 강하게 미리 얘기해서 합참 얘기가 안 나오게 만들었어야 되는데 합참 얘기가 나오게 만들고, 자기가 고사하는 모양새를 갖췄다는 게 과연 진실일까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임 사단장의 연수 장소와 기간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외국으로 보내지 않는 한 수사 자체에는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며 "이런 사안을 가지고 설마 외국 연수를 보내기야 하겠는가. 그건 재판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칠 거고 국민적 지탄을 받을 텐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외압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해 실망을 표했다. 외압 관련 주요 당사자들에게 의혹에 대해 제대로 묻지도 않고 진술서만 받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국가)안보실의 김모 대령과 국방비서관은 다 진술서로 끝"이라며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고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진술 조서 형태로 물어보고 체크를 했을 텐데 그냥 진술서만 받았다. 그분들 말은 100% 믿겠다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유재은 법무관리관에 대해서만 진술조서를 받았고 국방부 관계자 등 나머지는 전부 다 진술서로 갈음했다"고 비판했다.

또 관련 증거에 대해서는 "군사보좌관은 이 사건에 내밀하게 문자를 주고받았던 사람인데 문자메시지 확보가 안 돼 있다"며 "(국방부) 차관은 국회에서 '휴대폰 다 제출했고 포렌식까지 했다'고 공언했는데 이 사건에는 그런 자료가 전혀 안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보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