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1.5조… 컨테이너 여니 에르메스·샤넬 명품 '짝퉁'이 가득

입력
2023.11.07 14:21
환적 화물 위장해 5만5000상자 중국서 밀수
1년 추적 수사 끝에 밀수 총책 등 17명 검거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위조상품을 중국에서 국내로 몰래 들여와 유통한 밀수 조직이 해양경찰에 붙잡혔다.

인천해양경찰서는 관세와 상표법 위반 혐의로 국내 밀수 총책 A(51)씨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해경은 또 밀수품을 공급한 중국인 총책 B(50)씨 등 2명의 신원을 특정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A씨 등은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66차례에 걸쳐 중국에서 국내로 정품 시가 1조5,000억 원 상당의 위조상품 5만5,810 상자를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밀반입한 위조 상품은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가방과 모자, 의류, 향수 등이다. 해경은 전체 위조상품 중 600여 상자, 4만여 점을 압수했다. 나머지 5만5,000여 상자는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A씨 일당은 중국산 위조품을 한국을 거쳐가는 환적화물로 위장해 컨테이너 화물선을 실어 인천항에 입항한 뒤 환적화물 분류가 이뤄지는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역에서 몰래 빼내는 수법을 썼다. 해경 관계자는 “컨테이너 바깥 쪽에는 정식 신고한 휴대폰 배터리 등을, 안쪽에는 위조품을 숨겨 들여오는 이른바 ‘커튼치기’ 수법을 사용했다”며 “우리나라를 경유지로 하는 환적화물은 국내 통관 절차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악용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 현지에서 위조품을 공급하는 총책과 위조품을 수입ㆍ무단 반출하는 밀수책, 위조품을 국내 판매책 등에게 전달하는 운반책, 자금을 관리하는 자금책과 판매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했다. 해경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정보를 입수하고 1년여 간 추적 수사 끝에 국내 밀수조직 전원을 검거했다”며 ”인터폴ㆍ중국 당국과 국제 공조해 중국인 총책 2명에 대한 수사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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