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가 전국 시군구 지회장들의 잇따른 금품수수와 횡령, 갑질 등의 비리로 말썽이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노인들의 권익신장과 복지향상을 위해 각 시군구 지회에 연간 수 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 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면서도 민간단체라는 이유로 정작 관리감독엔 소홀한 탓이다.
6일 대한노인회 경북도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상벌심사위원회를 열고 금품수수와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구미시지회장에게 ‘임원 및 회원 자격정지 1년’, 직권남용과 회계질서 문란 의혹이 제기된 울진군지회장에게 ‘업무중지 3개월’을 결정해 통보했다.
구미시지회장의 비리 의혹은 내부 폭로에서 비롯됐다. 구미시지회에서 노인취업지원센터장으로 일한 A씨는 재계약을 위해 지회장에게 현금 500만 원을 전달했으나 재임용이 이뤄지지 않자 경찰에 고소했다. 당시 노인회장 측은 “단순한 명절 선물로 받았다가 내용물을 확인하고 바로 돌려주려고 했지만 일정이 바빠 다소 늦어졌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재임용을 염두에 둔 대가성 금품으로 보고 지회장과 A씨를 각각 배임수재와 배임증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구미시지회장은 또 직원 1명을 1년 이상 개인 운전기사처럼 데리고 다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에 신고됐고, 결국 혐의가 인정돼 과태료 300만 원을 내게 됐다.
업무중지 3개월 징계를 받은 울진군지회장은 ‘노인의 날’과 ‘게이트볼 대회’ 때 울진군으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또 지역 경로당에게 전달해야 할 밑반찬을 시식해 보겠다며 수시로 챙겨가고,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울진군지회장의 이 같은 비리 의혹도 울진군지회 산하 읍·면 분회장들이 그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면서 터져 나왔다.
노인회장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해마다 보조금으로 수억 원에서 수십 억 원을 손에 거머쥐면서도 민간단체라는 이유로 제대로 관리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65세 이상이면 회비 없이 지역 경로당에 이름을 올리면 곧바로 회원이 되고 고령화로 조직 규모가 급증하면서 각 시군구 지회장들의 입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방선거에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단체장들이 노인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뒷말도 나온다.
울진군지회 한 관계자는 “지회장에게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했지만 ‘내 능력으로 돈이 더 생겼는데 마음대로 쓰는 게 뭐가 잘못됐느냐’고 되레 큰소리를 치더라”며 “노인 인구가 늘어나 조직 규모가 비대해진 만큼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