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체제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더불어민주당에서 ‘200석 압승’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얻고도 불과 2년 만에 정권을 내준 민주당이라면, 먼저 국민 앞에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할지 고민하는 게 순서다. 더구나 김은경 혁신위 좌초 이후 쇄신은 고사하고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에 매달렸던 민주당이다.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에 대한 절실함이 민주당의 진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제 열린 민주당 총선기획단 첫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불과 5개월 전 혁신위를 출범시킬 때도 이 대표는 비슷한 다짐을 했지만, 지금껏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투자 논란은 진행형이다. 탈당으로 마무리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하고 이를 스스로 걷어찬 이 대표 모습 역시 국민들의 뇌리 속에 남아 있다. 국민의힘보다 더 개혁적 혁신안으로 차별화를 해야 할 이유가 충분한 민주당이고, 국민들 역시 그런 제1야당의 모습을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200석 압승' 얘기다. 이탄희 의원을 비롯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동영 전 의원 등이 가세하자, 당 내부에서조차 “위기가 몰려오는데 200석 압승론을 떠드는 정신 나간 인사들도 있다”(김두관 의원)는 비판이 나오면서 자중지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김은경 혁신위 제안 사항도 검토하겠다"는 총선기획단 얘기가 진정성 있게 들리지 않는 이유를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권을 내준 가장 큰 이유는 오만이다. 그런 모습이 다시 어른거리면 민심의 회초리를 피할 수 없다. 더구나 국민들은 몸집 큰 제1야당이 기득권 내려놓기에 주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총선 승리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어떤 준비부터 해야 하는지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그 길을 분명 알고 있는 민주당에는 선택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