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계고 학생들 대상 설문조사에서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입학 때 목표로 삼았던 기업이 고졸 채용을 없애서 좌절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례들도 보인다. 정부는 과연 이 문제를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가. 교육 정책이 대학입시에만 집중되는 사회는 제대로 된 미래를 그릴 수 없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가 지난달 9~29일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직업계고 학생들은 ‘자격증 취득 비용 지원’(59.1%·복수 응답), ‘양질의 일자리 확대’(42.9%)를 1·2순위로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당장 실력을 쌓을 교육비가 부족하고, 추후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직업계고 졸업자 중 취업자는 27.3%에 그쳤다. 반면 이들의 대학 진학률은 47%로 전년보다 1.8%포인트 증가했다. 직업계고에서 취업보다 대학을 가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은 잘못돼도 무척 잘못된 현상이다. 처음부터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도 있겠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진학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한 상업계열 특성화고 고교생은 “목표로 삼았던 기업이 작년 이후로 고졸 인재를 채용하고 있지 않다”며 “저희 학교의 경우 그 기업 공채반이 따로 있을 정도로 비중이 있던 기업”이라고 답답해했다.
양질의 고졸 일자리 늘리기는 학력 인플레, 소득 양극화 등 한국 사회의 고질병 치유와도 연결돼 있다. 마이스터고를 만들었던 이명박 정부는 고교 졸업생 채용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노력으로 고졸 취업률을 끌어올렸다. 지금도 전국 단위 마이스터고는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률을 보인다. 바이오·반도체·자동차 등 유망 분야의 고졸 젊은 인력들은 산업계에 활력이 되고 있다.
결국 관건은 교육의 질 제고와 고졸 채용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특성화고 교육의 질을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산업변화까지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 고졸 채용의 현황을 평가해서 더 이상의 후퇴가 없도록 세부적인 지원책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