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어제 당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의 측근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나 수도권 출마를 요구했다. 혁신위는 또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구속 땐 세비 박탈 등 세비 감축 4가지 사안의 2호 안건을 의결했다. 이준석 전 당대표 등 '반윤(反尹)' 인사에 대한 대사면에 이어 당내 기득권 세력의 희생을 요구하면서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을 터이지만 말로만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외치기엔 총선을 앞둔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자각해야만 한다.
인요한 위원장은 2호 안건 의결 뒤 “당이 위기이고, 나라가 위기인데 그걸 바로잡기 위해서는 희생의 틀 아래 결단이 요구된다”며 “이제는 국민이 아니라 정치인이 희생하는 새로운 길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지도부나 중진, 친윤 의원들로서는 사지(死地)에서 살아 돌아오든지, 의원직을 포기하든지 택일하라는 얘기라 적지 않은 충격이 있을 것이다. 인 위원장이 진작부터 ‘낙동강 하류세력은 뒷전으로’나 중진의원 험지 출마론을 내세웠을 때 공개적인 당내 반발도 나와 혁신위 안의 수용 여부를 놓고 당내 갑론을박이 적지 않을 것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투영된 민심을 감안하면, 과감한 혁신 없이 내년 총선이 난망한 점을 인식해야만 한다. 하지만 총선 공천을 책임질 사무총장과 인재영입위원장에 영남, 친윤 핵심인사가 기용돼 혁신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소수 정당인 집권여당과 정부 입장에서 유의미한 총선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사실상 식물정권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의 제안이 온다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당내 논의 과정에 혁신위 안의 세부 조정은 있을 수 있겠으나 이를 뒤집거나 희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기득권 집착과 위기의식 부재는 민심이반을 초래할 수 있다. 원성이 자자한 세비 문제나 불체포특권, 국회의원 정원 감축은 여야 전반에 해당하는 만큼 민주당의 적극 호응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