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유병호 4차 소환 불응에도 강제조사는 미적

입력
2023.11.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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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직원들이 ‘전현희 표적 감사’ 의혹과 관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공직자 감사가 본령인 감사원이 정작 자신들에 대한 수사에 소극적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기부정이나 다름없는 처사다. 시간 끌기를 통해 사안을 뭉개려는 의도가 분명해지고 있는 이상, 공수처도 강제구인 등 강력한 조치를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최근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에 대한 4차 출석 요구서를 보냈지만 묵묵부답이다. 복수의 기일을 제시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앞서 세 번의 소환 요구를 국회 국정감사와 조사순서를 명분으로 거부한 유 사무총장과 감사원 직원들은 이번에도 공수처 수사를 거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의 이런 태도는 수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간 끌기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내년 1월까지인 김진욱 공수처장 임기까지 버티면, 친정권 인사가 공수처장에 임명되거나 공수처장 부재 상황으로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안에 대한 진실이 묻힐 수 없다는 것을 감사원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국민들 시선에는 최근 국감에서 조은석 감사위원 등의 입을 통해 표적 감사 의혹만 더 커진 상황이다. 감사원을 검찰의 ‘삼청동 사무소’라고 비판한 야당은 국정조사를 강하게 밀어붙일 기세다. 버티면 버틸수록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위상만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사원이 자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수사에 협조하는 게 순리다.

기관 출범 이후 역할에 대한 적잖은 비판을 받아 온 공수처도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하면 안 된다. 통상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2, 3회 이상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 구인에 나서는 게 수사 관례다. 감사원도 성역이 될 수 없다. 김진욱 공수처장 임기 만료 전에 감사원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공수처도 정권의 눈치를 보며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