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이면 반드시 ‘머리 여는 수술’ 해야 한다?

입력
2023.11.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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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양성 뇌종양 많으면 치료하지 않고 관찰만

‘걸리면 무조건 사망한다’ ‘머리를 여는 수술(개두술)을 반드시 해야 한다’ ‘수술 후 엄청난 후유증이 발생한다···.’

‘뇌종양(encephaloma)’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선입견이다. 박철기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에 대해 무서운 소문이 많지만 지레 겁먹고 치료를 포기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뇌종양은 뇌 속에 생긴 종양과 함께 뇌를 둘러싼 뇌경막ㆍ뇌신경ㆍ두개골ㆍ두피 등에 생긴 종양을 통칭한다. 종양이 뇌에서 처음 발생하면 ‘원발성 뇌종양’, 다른 곳에서 발생해 뇌로 전이됐으면 ‘전이성 뇌종양’이라고 한다. 원발성 뇌종양은 수막종, 신경교종, 뇌하수체(腦下垂體)선종, 신경초종 순으로 많다. 전이성 뇌종양은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에서 주로 전이된다.

뇌종양도 양성과 악성으로 나뉜다. 뇌를 둘러싼 수막에 생긴 뇌수막종(80% 차지), 뇌하수체선종, 신경초종 등은 대부분 양성이다. 하지만 신경교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교모세포종은 악성으로 분류된다.

양성 뇌종양 환자는 2017년 3만7,815명에서 2021년 5만1,842명으로 5년 새 37% 늘었다. 악성 뇌종양도 같은 기간 1만1,186명에서 1만1,945명으로 7%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뇌종양의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이다. 뇌종양 환자의 70%가 두통을 호소한다. 박철기 교수는 “특히 반복ㆍ지속적이고, 약을 먹어도 호전되지 않으며, 강도가 점점 세지는 두통이 있으면 뇌종양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두통은 일상적으로 흔하게 발생하는 만큼 뇌종양으로 인한 두통이라는 걸 알아내려면 평소 두통 증상 추세를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양이 크다면 아주 드물게 뇌압이 올라가 구토나 메스꺼움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종양이 운동·감각신경 등 주요 부위에 생기면 뇌 기능이 떨어져 신체 일부를 마비시킬 수 있다. 뇌전증도 뇌종양의 주요 증상이다.

뇌종양이 의심되면 권장하는 것은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에서 뇌 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고 우연히 뇌종양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양성 뇌종양과 달리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악성 뇌종양은 조기 발견이 어려울 수 있다.

뇌종양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절제 수술이며, 방사선과 약물 치료도 시행한다. 수술은 두개골을 여는 개두술이 어려워 정확한 종양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보조적으로 여러 기법을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MRI 데이터에 기반해 내비게이션처럼 실제 종양 위치를 찾아내는 뇌 항해 기법, 형광 물질로 종양 부위만 밝게 보이게 하는 형광 유도법 등이 있다.

방사선 치료는 방사선을 하루에 조금씩 분할 투여해 선택적으로 종양 세포를 죽이는 원리다. 때로는 감마나이프ㆍ사이버나이프 등 기계를 활용한 방사선 ‘수술’도 시행되고 있다. 이는 고용량 방사선을 종양에 한 번에 쬐는 치료법이다.

약물 치료는 다른 암보다 효과가 제한적이다. 뇌와 뇌혈관 사이에 존재하는 ‘뇌혈관 장벽(Blood Brain Barrier·BBB)’ 때문이다. 뇌혈관 장벽은 항암제가 뇌까지 전달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최근에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약이 개발되고 있다.

치료 방침을 정하기에 앞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무증상이며 1년에 1~2㎜ 미만으로 성장 속도가 매우 더딘 양성 뇌종양은 많으면 치료하지 않고 관찰만 하기도 한다. 대부분 성장이 빠르다는 걸 확인하거나 증상이 발생했을 때 치료해도 늦지 않다.

치료 후 재활도 중요하다. 박수정 이대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종양 치료에서 재활은 매우 중요하다”며 “손상된 신경에 재활이라는 형태의 자극이 주어지면서 신경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는데 특히 수술 후 3개월간 재활이 가장 활발히 이뤄진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