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감싸다 곤경에 빠졌다. 아랍계 유권자들이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나선 데다, 반(反)이스라엘 세력의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미국의 안전도 위험해졌다. 이스라엘을 설득해 휴전을 성사시키라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부담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공개한 여론조사(같은 달 23~27일 실시, 500명 대상) 결과를 보면, “오늘 대선이 치러진다면 누구를 찍겠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을 꼽은 아랍계 유권자 비율은 17.4%였다. 지난 대선 때인 2020년(59%)보다 42% 가까이 빠진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겠다는 답변 비율은 35%에서 40%로 소폭 올랐다.
아랍계 유권자들의 외면은 배신감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 성향인 전국무슬림민주협의회(NMDC)는 전날 공개 서한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무조건적인 이스라엘 지원이 폭력이 지속돼 팔레스타인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무슬림) 유권자의 신뢰를 잠식했다”며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를 지지하는 대선후보에게 (내년 11월 대선에서) 투표하지 말라고 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적잖은 타격일 수 있다. 영국 가디언은 “아랍계 미국인이 인구 규모는 작지만 미시간 같은 경합주에 많이 살고 있어 대선 결과를 좌우할 유권자 집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AAI에 따르면 대략 370만 명인 아랍계 미국인은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주에 수십만 명씩 거주하고 있다.
미국의 안전에도 경고음이 울렸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달 31일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하마스 공격에서 영감을 받은 폭력적 극단주의자나 단체가 일상에서 미국인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게 가장 시급한 우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미국 안팎의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뒷배'로 여겨지는 것도 부담이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원 예산안을 심의한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는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로 시끄러웠다. 방청석에 앉은 시위대는 피를 상징하는 붉은 페인트를 칠한 손을 들고 “당장 휴전하라”고 외쳤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지구 민간인 살해를 규탄한다”며 거듭 이스라엘을 몰아붙였다.
미국이 좌시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약 3주 만인 이달 3일 이스라엘을 다시 방문하는 배경이다. 그가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위한 인도주의적 일시 교전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