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구원 투수'로 복귀했다.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으로 위기에 빠진 카카오의 준법 경영 여부를 외부자가 감시하는 카드를 꺼내면서다. 카카오의 시세 조종 혐의를 부인하는 동시에 경영 정상화 의지를 내비친 행보로 읽힌다.
김 센터장은 30일 오전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를 포함한 20여 명의 주요 계열사 CEO가 참여한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SM엔터 시세 조종 혐의로 카카오 경영진 세 명을 포함해 법인까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넘긴 것을 포함해 갖가지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서다. 김 센터장은 이 회의를 당분간 매주 열기로 했다.
카카오는 이날 회의에서 외부 인사가 최고 경영진을 감독하는 '준법감시기구(가칭)'를 새로 두기로 했다. 이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준법 여부를 감시하는 '준법감시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카카오가 처음으로 '외부 감시'를 상설화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카카오는 2022년 초부터 경영진이 주도하는 'CA협의체(옛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 아래 공동체준법경영실을 뒀다. 그러나 재무담당 임원이 법인카드로 1억 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 논란이 되는 등 경영진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를 감안한 듯 김 센터장은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회사 안팎에 더 강화된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카카오 준법감시기구의 이름이나 구체적 역할은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 준감위도 법적 권한과 책임이 없어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자칫 면피용이 될 수 있다"며 "카카오가 내규를 만들어 준법감시기구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23일 금감원 공개 소환 이후 두문불출했던 김 센터장이 일주일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선 것은 경영 위기에 빠진 카카오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카카오는 SM엔터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된 배재현 최고투자책임자(CIO)에게도 현재까지 인사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카카오는 "SM엔터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 확보를 위한 합법적 장내 주식 매수였다"는 입장이 확고한 만큼 법정에서 끝까지 다투겠단 뜻이다.
역설적으로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비상 상황'에 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카카오가 야심 차게 준비하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기업공개(IPO) 일정도 안갯속이다. 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 기업 결합 심사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 가맹 택시에 승객 콜을 주지 않은 혐의를 조사한 뒤 제재 조치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또한 카카오의 초거대 AI 모델인 '코GPT 2.0'의 연내 공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음 달 9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다소 줄어든 성적표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카카오 관계자는 "법적 다툼과는 별개로 경영 쇄신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