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 새마을금고… 회장 대행이 발탁한 지점장이 거액 횡령, 간부들은 명품 수수

입력
2023.10.30 04:30
10면
남대문충무로 지점장 7년간 고객 돈 횡령 혐의 
해당 금고, 김인 중앙회장 대행이 이사장 맡아 
중앙회, 2년마다 금고 검사하고도 낌새 못 채
신촌금고서 명품 받은 중앙회 간부 징계 '깜깜'
회장 기소에 7년 피해액 643억 "자정능력 상실"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지점장이 7년간 고객 돈을 빼돌려 오다가 적발됐다. 이 금고는 새마을금고 수장인 김인 중앙회장 직무대행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곳으로 확인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체질 개선에 앞장서야 할 수장이 자신의 금고에서 수년간 계속된 비리조차 막지 못한 셈이다. 새마을금고는 박차훈 전 회장이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잇단 불법대출과 개인비리로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29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최근 서울 중구의 남대문충무로금고 지점장인 A씨가 고객 돈을 가로챈 사실이 알려지자 2주간 특별검사를 실시했다. A씨는 2017년부터 7년간 거래 실적이 뜸한 고객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임의로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A씨의 범행은 한 고객이 금고 측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 사용에 따른 이자를 내라'는 문자를 받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김인 직무대행이 직접 지점장으로 발굴한 인사다. 남대문충무로금고 이사장인 김 직무대행은 2014년 A씨를 지점장에 임명했다. 새마을금고는 전국에 1,300여 개 금고가 있으며 금고 이사장이 지점 운영을 책임지는 구조다. 중앙회는 보통 2년에 한 번씩 각 금고의 건전성 등을 검사하지만, A씨의 횡령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해당 금고를 검사하고도 횡령 혐의를 알아채지 못한 건 비판받을 만한 일"이라고 인정했다.

해당 금고의 횡령액을 두고는 내부에서 다른 주장도 나온다. 새마을금고 측은 특별검사 결과 횡령액이 5억1,000만 원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고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횡령액이 수십억 원에 달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회장 직무대행의 금고에서 사고가 난 까닭에 횡령액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인 직무대행은 12월 치러질 중앙회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회 부회장이었던 그는 전임 박차훈 중앙회장이 지난 8월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돼 직무가 정지되자 회장 대행직을 맡아 왔다. 김 직무대행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해당 지점에 대한 특별검사는 내가 중앙회 서울지부에 지시해 진행됐으며, 사건 축소 시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중앙회가 김 직무대행 측근에 대한 처벌을 이유 없이 미루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선 금고에 대한 감독 권한이 있는 중앙회 서울지부 간부 2명이 신촌금고 측에서 명품 지갑과 벨트를 받은 혐의를 파악하고도 이들을 인사 조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새마을금고 직원들이 이용하는 익명 게시판에는 김 직무대행이 이 문제를 묵과하고 있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김 직무대행은 이에 대해 "나는 (특정 간부의 징계를 무마시킬) 힘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중앙회는 뒤늦게 간부 2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고,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새마을금고는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 탓에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지는 등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새마을 금고 임직원이 연루된 횡령·배임·사기·알선수재는 95건으로 피해액은 643억8,800만 원에 달한다.

유대근 기자
송주용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