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박지현, 대이변을 일으키며 4강 진출

입력
2023.10.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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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박지현 5단 백 신진서 9단
본선 8강 <6>




박지현 5단이 흑1로 한 점을 끌고 나가자 신진서 9단은 백2, 4의 붙여 끊음을 선택한다. 이 수가 막 놓인 시점에선 아무도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마지막 패착이 되고 말았다. 흑5, 7로 찌르는 수가 성립해 흑13까지 흑의 수가 크게 늘어났고, 흑21이 결정타가 됐다. 백2, 4는 11도 백1로 그냥 붙이는 것이 최선. 흑2에 백3으로 막을 수 있어 실전과 차이가 있다. 흑10까지 다섯 점이 잡히지만 백11, 13을 차지해 결국 미세한 끝내기 승부가 된다. 실전 흑21이 놓이자 신진서 9단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진다. 무언가 착각이 있었던 모습. 그러나 너무 큰 실수라 도저히 뒤집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흑27에 돌이 놓이자 신진서 9단은 돌을 거둔다. 12도 백1, 3으로 상변 백 대마는 패를 낼 수 있으나 중앙 수상전이 전부 팻감이라 흑12까지 백이 곤란한 진행. 자국 연하 기사를 상대로 신진서 9단이 첫 패점을 안았다. 박지현 5단의 흑 불계승. 박지현 5단이 대이변을 일으키며 생애 첫 메이저 기전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얼떨떨한 표정의 박지현 5단은 대국 후 "초반에 우하귀 석 점이 잡혀 크게 불리 한 줄 알았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운 좋게 수가 보였다. 누가 올라오든 4강전도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패자조로 밀려난 신진서 9단은 "좋아질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살리질 못했다. 크게 좋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마지막 실수가 너무 컸다"고 총평을 남겼다. 이번 명인전은 김은지 6단과 박지현 5단이 4강에 진출하며 신예 기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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