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카타르 국빈 방문을 계기로 25일(현지시간) HD현대중공업과 카타르 국영기업 카타르에너지 간 39억 달러(약 5조 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계약이 체결됐다. 단일 계약으로는 조선업계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의 두 번째 LNG 수입국인 카타르와 협력 수준을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해 나가는 의미가 있다. 이를 포함해 46억 달러(약 6조 원)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 체결이 이뤄지면서 '중동 빅 3'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와 한국 간 투자 협력은 총액 100조 원을 넘어섰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계약 내용은 LNG 운반선 17척 건조 계약이다. HD현대중공업 반년 치 일감에 해당한다. 이로써 올해 세계 LNG 운반선 수주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기존 74%에서 81%로 늘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카타르 측과 약 30척의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더 큰 성과가 추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타밈 국왕과 정상회담에서도 한국 해운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LNG 운반선 40척 운영계약 입찰에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잇단 대규모 계약으로 카타르와 LNG 공급망 전반의 협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한·카타르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LNG 분야 협력을 LNG 운반선 건조, 운영, 유지 보수를 포함한 전후방 산업 전체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단순한 에너지 공급국과 수입국 관계를 넘어 호혜적 협력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연쇄 효과로 국제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타밈 국왕과 안정적인 LNG 공급 방안에 대해서도 집중 논의했다.
한국과 카타르는 신산업 분야로 협력의 지평을 넓혔다.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의 민간 주도 성장 △식량안보 구축과 수자원・청정에너지원 확보 △보건의료와 교육 시스템 강화 등을 중심으로 한 카타르 '국가비전 2030'과 연계해 협력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전날 카타르 도착 직후 도하에서 열린 국제 원예박람회 한국관 개관식에 참석해 '스마트팜' 협력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성과와 관련,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열린 '한·카타르 비즈니스 포럼'에서 "양국 간 LNG 도입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도 LNG 전후방 산업으로 협력의 외연을 넓히고, 더 나아가 에너지신산업, 전력기자재 등 에너지 산업 전반으로 파트너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인공지능)를 중점 협력과제로 설정해 민간 차원의 파트너십을 지원하고 국제규범 논의에도 함께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며 "국방 관련 산업 분야에서도 중·장기 협력을 통해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덧붙였다.
포럼에선 △스마트팜 △태양광 △자율주행차 △문화콘텐츠 △의료 △금융 등 신산업 분야에서 10건의 MOU가 추가로 체결됐다. HD현대중공업의 LNG 운반선 건조 계약과 합치면 6조 원 이상의 수출 및 수주 성과가 예상된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사우디와 290억 달러(약 39조 원) 규모 계약·MOU △올해 초 윤 대통령의 UAE 방문 당시 맺어진 300억 달러(약 40조 원) 투자 약속 △카타르에 앞서 사우디 방문 당시 추가된 156억 달러(약 21조 원) 투자 약속을 합하면 중동 주요국과의 투자 협력 규모는 107조 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