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도 제대로 못 쓰는 윤 정권

입력
2023.10.24 19:00
26면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만큼 처음부터 인기 없던 대통령도 드물다. 역대급으로 치열했던 대선 승리는 곧 그만큼 많은 비판 세력을 껴안고 임기를 시작한다는 것과 같았다. 거기에 이른바 '이준석 사태'를 거치며 20ㆍ30세대가 이탈했다. 보수진영의 전통적 지지층인 60대 이상과 20ㆍ30대는 서로 다른 지향점을 공유했던 까닭에 그 연대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 차례 크고 작은 승리에 고취된 국민의힘은 그 연대가 영구적인 것인 양 자만했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지난해 7월 이후 좀처럼 40% 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건 그 결과다.

윤 대통령이 딛고 있는 정치적 지형이 꼭 불리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대선 직전 상황이 어땠나. 많은 유권자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걸핏하면 대두되는 불공정ㆍ내로남불 논란과 부동산 가격 폭등은 그 정서를 형성한 주원인이었다. 젠더 갈등은 청년층 여론을 두 동강 냈고, 거듭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자영업자들의 분노와 좌절을 키웠다. 노동·자산·지역 등 여러 영역에서 낙오되는 사람이 늘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에만 매진했다. 자기 진영만 바라보는 정치에 소외된 시민들의 염증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그런 까닭에 윤석열 정부는 태생적으로 치트키(cheat key)를 몇 개 쥐고 있었다. 치트키란 게임을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문장이나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일종의 '필승 카드'다. 전 정부를 형성했던 요소들, 그중에서 국민적 반감은 상당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윤석열 정부의 치트키였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부패한 시민단체나 계층 대물림의 온상으로 지목받는 각종 입시전형 등이 있다.

국민적 요구는 거셌지만 이전 정부들이 해결하지 않았던 문제들도 있다. 소방·경찰 공무원들이 갑질 민원인 때문에 쩔쩔맨다든지, 수십 수백억을 해먹은 사기꾼들에게 고작 징역 몇 년 형이 내려진다든지 하는 일들이 그렇다. 왜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입증 책임을 소비자가 져야 하며, 공공기관의 방만·부실 경영에 따른 손해를 국민이 함께 떠안아야 하는가?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도 이런 국민 정서를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주장한 '비정상의 정상화'나 '적폐 청산'에는 비슷한 문제의식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뭐 하나 시원하게 정리된 건 없다. 대신 상대방만 쥐잡듯이 잡았다.

대통령 선거에 나갈 정도 되는 정치인들에게는 저마다 뚜렷한 캐릭터가 있다. 당연히 국민이 기대하는 것도 정치인마다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약자를 돌보는 따스함을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보통은 그가 검사 시절 보여준 모습처럼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강단과 뚝심을 기대할 것이다. 내가 윤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지지를 다시 얻기 위해 앞서 언급한 문제들부터 해결할 것 같다. 거기에 더해 잇따르는 산업재해에도 나 몰라라 하는 경영자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고, 조폭·보이스피싱범 등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자를 대대적으로 단속해 잡아넣겠다. 이렇게 많은 치트키가 주어졌는데도 애먼 독립유공자를 '빨갱이'로 만들면서 스스로 지지율 까먹는 정부는 다신 없을 것이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