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인공폭포 앞에 조성된 카페는 날씨가 좋은 요즘 시민들로 붐빈다. 이곳은 1년 전만 해도 자재창고나 공용주차장으로 사용되던 낙후된 공간이었지만, 서울시가 19억여 원을 투입해 가림막과 펜스를 걷어내고 ‘수변노천카페’로 재탄생시켰다. 이탈리아 유명 관광지 베네치아처럼 물 길 옆에서 시민들이 차 한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어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지난달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도서관도 생겼다. 시민들은 “카페와 책방이 생긴 뒤 인파가 몰리고, 가끔씩 공연도 열려 즐겨 찾는다”며 “편하게 앉아서 쉴 수 있도록 시설을 잘 꾸며놓아 정말 만족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홍제천을 비롯해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사업의 성과를 알리고, 수변공간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2023 워터서울ㆍ도시정책 국제 컨퍼런스’가 23일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서울시 주최로 열렸다.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사업은 서울 전역에 흐르는 332㎞의 실개천과 소하천 등 수변을 중심으로 공간구조를 재편하는 사업이다. 단순 하천 정비가 아닌 일상 휴식과 문화 등 다양한 야외활동이 가능하도록 시민들의 생활공간을 바꾸고, 지역의 역사‧문화‧경제적 자산과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까지 도모하자는 취지다. 시는 2025년까지 총 30곳의 수변활력거점을 조성해 시내 25개 자치구에 최소 1곳 이상 만들어 시민들이 혜택을 누리도록 할 계획이다.
수변활력거점 조성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강현석 SGHS설계회사 건축사무소장은 “홍제천의 경우 카페 이용객만 2만1,000명에 전체 방문객은 5만 명을 넘는 지역의 ‘핫플레이스’가 됐다”며 “카페 수익금은 전액 지역사회에 재투자하거나 대학생 장학금으로 환원해 다른 지자체의 정책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 관악구 도림천도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6월부터 39억 원을 들여 상권활성화를 위한 수변 인프라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도림천을 중심으로 한쪽에는 평일 이용객이 3,000명에 육박하는 전통시장이 있고, 반대편에는 순대타운을 비롯한 200개 상가가 있지만, 보행로와 쉼터가 없어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하천에 의해 단절된 상태다. 강 소장은 “도로의 선형(모양과 형태)을 변경하고, 데크를 확장 설치해 보행공간과 테라스를 확보하면 그냥 지나가는 곳에서 머무르는 공간으로 바뀌고, 도림천을 통해 양측이 서로 관계 맺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수변테라스, 가족휴게쉼터, 전망카페 등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날 컨퍼런스에선 운하를 만들어 1,400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35억 달러의 경제활동을 이끌어낸 ‘샌안토니오 리버워크(부완 타파 미국 애팔래치안주립대 교수)’ 사례도 공유됐다. 이어 이관옥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청계천과 비슷한 10㎞ 길이에 습지가 있는 ‘칼랑강 개발사업’을 소개하며 “하천 복원은 URA라고 하는 도시개발청에 의해 주도되고, 다양한 해외 사례를 배워 수변에만 집중한 기본계획을 만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