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좋은 감을 그대로 유지해서 올 시즌 남은 3차례 대회 안에 꼭 우승을 하고 싶은데… 그렇지만 최대한 안 들뜨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국가대표 출신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년 차 김재희(22ㆍ메디힐)는 2020년 KLPGA 드림투어에서 3차례의 우승과 2차례 준우승, 1차례 3위를 하면서 상금랭킹 1위를 차지한 2부 투어 최강자였다. 그래서 2021년 입성한 정규투어에서 ‘슈퍼 루키’로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김재희는 8월 국민쉼터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준우승만 1차례뿐, 결국 우승 없이 상금랭킹 47위로 데뷔 시즌을 마감했다. 그의 차지가 될 것으로 보였던 신인왕은 송가은의 몫이 됐다. 사실 신인 랭킹도 6위에 불과해 신인왕 경쟁을 했다고 말하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투어 2년 차인 지난 시즌 역시 김재희는 전년도에 비해 상금랭킹(43위)만 조금 올랐지, 29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단 1차례만 이름을 올렸다. KLPGA 5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공동 3위가 유일했다. 엄밀히 말해 데뷔 시즌보다 더 나쁜 성적이었다. 올해도 김재희의 존재감은 미미해 8월 말까지 상금랭킹은 50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9월 이후 김재희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공동 14위로 시동을 걸더니 9월 마지막 주 열린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단독 2위를 기록했다. 이어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에 오르며 2주 연속 톱10에 들었다.
감기몸살로 동부건설ㆍ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1라운드 후 기권한 김재희는 22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상상인ㆍ한국경제TV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다시 한번 폭풍 샷을 선보였다. 1, 2라운드에선 감기몸살 여파인 듯 50위권에 머물렀지만 3라운드 3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후 마지막 날 7언더파를 몰아치며 단숨에 공동 13위까지 도약하는 뒷심을 보였다.
대회를 마친 후 만난 김재희는 “오늘은 그냥 드라이버부터 아이언, 퍼터까지 치면 똑바로 갈 것 같고, 치면 들어갈 것 같았다”면서 “몸이 아파서 한 주 쉬었던 것이 오히려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웃었다.
김재희는 지난해 평균 드라이브 10위(246.64야드)에 오른 장타자다. 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이 97위(63.80%)로 정교함이 매우 떨어졌다. 그 역시 티샷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데뷔 후 2년간의 부침도 샷의 정확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저 같은 샷을 했다면 ‘입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훅이 계속 나는 등 2년 동안 샷이 정말 안 좋았다”면서 “그게 올해 약간 페이드성으로 바뀌면서 일정하게 공을 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캐디와의 호흡도 실력을 되찾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9월 오빠(캐디)와 같이 일을 하고 나서부터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최근 좋은 성적에도 김재희는 여전히 숏게임에 박한 점수를 줬다. 그는 “퍼트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면서 “올 시즌 후 전지훈련을 가서 무조건 숏게임 위주로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희는 최근 찾아온 좋은 감을 믿고 내심 올 시즌에 생애 첫 우승을 소망하고 있다. 그는 “남은 3개 대회를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려고 한다”면서 “최대한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좋은 감을 이어서 우승에 도전해 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