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 현수막 제거 與, '현수막 공해' 옥외광고물법 개정에 물꼬 트나

입력
2023.10.21 04:30
윤재옥 "야당과 옥외광고물법 개정 전향적 논의"
개정안 다수 국회 계류... 현역 의원 동기 약한 탓
야당 "내용 살펴보고 민생 홍보 활용" 검토 시사

국민의힘이 20일 전국에 걸린 '정쟁형 현수막'을 당 쇄신 차원에서 철거하면서 현수막 난립의 근원으로 지적돼 온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현수막 내용에 대한 재검토를 시사하면서 양당이 '정당 현수막 공해'에 손을 맞잡을지 주목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 후 "우리 당은 과다한 현수막 게시로 국민들을 피로하게 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법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민주당과 전향적으로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정쟁을 유발하는 현수막을 철거하기로 한 전날 최고위 결정의 후속조치로, 사회적 논란이 된 '현수막 공해'까지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정당 현수막은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난립하기 시작했다. '통상적 정당 활동 범위'에 속하는 정당 현수막이 별도 신고·허가·제한 없이 설치될 수 있도록 하면서 곳곳에 정당 현수막이 무차별적으로 게시돼 거리 미관을 해치거나 안전사고를 유발했다. 현수막에 담긴 비난성 문구들은 시민들의 정치 혐오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당 현수막 공해가 문제시되자, 지난 3월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앞다퉈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당 현수막의 △개수 △규격 △이격거리 △장소 등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해 무분별한 설치를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입법권을 가진 현역 의원들이 기존 법의 '최대 수혜자'라는 점에서 법 개정 동기가 약했던 탓이다. 현행법상 정당 현수막은 현역 의원, 당협·지역위원장만이 걸 수 있다. 현역 의원들이 원외 정치신인들과의 인지도 격차를 벌리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던 탓이다. 이에 인천광역시를 시작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당 현수막 게시를 규제하는 자체 조례를 만들었지만, 상위법과 충돌하면서 법 개정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꼽혀왔다.

민주당도 정당 현수막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우리 당도 전국에 현수막을 게첩하고 있는데, 내용을 살펴보고 민생과 경제 등 당이 주력하는 부분들을 홍보하는 데 활용하자는 의견이 비공개회의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여야가 공감하는 만큼 개정안 합의 처리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당 현수막 문제를 다루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병원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행안위에서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자는 분위기"라며 "법안으로는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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