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앤드고(Take&Go)' 매장의 등장으로 무인 매장 결제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그 동안 키오스크로 대표되는 무인 기술은 노인 등 정보 취약 계층의 무인 매장 이용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물건을 고르고 직원의 도움 없이 기계로 결제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반면 테이크앤드고 매장의 이용객은 물건을 들고 바로 나가면 된다. 절차가 한 단계 줄어든 만큼 이용이 편리하다. 유통업계도 테이크앤드고 매장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1년 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에 무인 매장 '언커먼스토어'를 열었다. 이곳은 무인 편집숍(한 매장에서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모아 파는 매장)으로 패션, 식음료, 굿즈 등을 판매한다. 미국에서 비슷한 방식의 '아마존고'를 선보였던 'AWS(아마존웹서비스)'와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IT&E'가 손잡고 테이크앤드고 방식을 들여왔다.
이용 절차도 어렵지 않다. 현대식품관 투홈 앱의 정보무늬(QR코드)를 인식한 후 매장에 들어가 상품을 가지고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매장 안에 있는 인공지능(AI) 카메라와 무게 감지 센서로 상품의 이동을 추적, 결제하는 방식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앱 설치 등 절차가 필요하긴 하지만 주요 고객층이 2030세대이고, 매장 바깥에서 이용 절차 등을 안내하고 있어 불편하다는 목소리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언커먼스토어는 주요 고객층인 2030세대의 취향을 고려해 인기 캐릭터 브랜드와 컬래버를 맺어 수시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인기를 끈 최고심, 망그러진 곰 캐릭터나 김토끼, 마시마로 팝업스토어 등이 고객들을 만났다.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인형, 마우스패드, 바펜(와펜) 등 인기 굿즈를 판매해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월평균 9,000명 이상이 매장을 찾아 누적 방문객이 약 30만 명에 달한다.
정영경(26)씨는 "팝업스토어 컬래버 캐릭터인 최고심을 좋아해 왔다"며 "절차가 조금 복잡했지만 직원이 없어 원하는 만큼 고민하고 물건을 살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함께 매장을 찾은 석예솔(26)씨는 "높은 곳에 있는 상품을 꺼내는 것이 조금 불편했다"면서도 매장 이용 경험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였다.
무인 편의점의 변화도 새롭다. GS25는 10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국내 스타트업 파인더스에이아이와 손잡고 무인 편의점 'GS25 DX LAB 가산스마트점'을 선보였다. GS25 관계자는 AI 기반의 테이크앤드고 매장이란 점에서 아마존고, 언커먼스토어와 비슷하지만 "건물 내가 아닌 큰 길가에 운영되는 로드사이드 완전 무인 매장은 업계에서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용객은 GS25의 편의점 앱 우리동네 GS, 혹은 카카오페이와 신용카드 등의 인증 수단을 통해 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 보통 무인 편의점에서는 상품을 골라 키오스크에서 스스로 결제하지만 이곳에선 곧장 매장 밖으로 나오면 된다. 상품을 들고 퇴장 게이트를 통과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키오스크 특성상 담배 판매가 힘든 기존 무인 편의점과 달리 성인 인증을 거치면 담배도 살 수 있다.
자체 행사가 많은 편의점의 특성도 고려됐다. 매대의 가격표는 전자가격표시기(ESL)를 도입해 변동 사항이 있을 때마다 사람이 일일이 라벨을 바꾸는 수고를 덜었다. 편의점의 트레이드마크인 '1+1' 등 행사도 전자라벨에 함께 적혀 일반 편의점과 똑같이 행사가 이뤄진다. 혹여 이용객이 이를 알지 못해 행사 상품을 하나만 가지고 나가더라도 '나만의 냉장고'에 자동으로 연동된다.
GS25 관계자는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로 기존 기술에 비해 비용은 줄이고 정확도는 높였다고 말했다. 기존 테이크앤드고 매장은 품목 하나당 무게 감지 센서가 한 개씩 배치돼야 했지만 가산스마트점은 이 센서를 개선해 매대 한 칸에 센서 하나만 장착되는 원셀(One-cell) 구조를 썼다. 동선 추적용 폐쇄회로(CC)TV도 개선돼 기존보다 저렴한 제품에 AI 기술을 적용해 사용한다. 덕분에 적은 비용으로도 일반 편의점과 비슷한 규모의 상품군을 갖췄다. GS25 측은 매대 등도 일반 매장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해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일반 가맹점에도 관련 기술을 보급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