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고통은 역설적으로 현대인에게 성찰의 시간을 선사했다. 고립감에 진지하게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가 늘었고, 돌봄의 중요성이 재조명됐다. 스코틀랜드의 약초학자인 모 와일드에게는 팬데믹이 '인류의 지구 파괴 행각'을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자연에 몰입하는 것만이 지구의 단점을 치유할 방법이라고 믿게 된 그는 1년간 식료품을 구입하지 않고 야생식만 먹는 실험에 나선다. 신간 ‘야생의 식탁’은 채취와 야생식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보낸 와일드의 경험이 담긴 에세이다.
저자는 물물교환이나 미리 냉동·건조한 야생식은 허용하되 '돈은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숲에서 발견한 가지버섯, 분홍쇠비름,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채취한 해초 페퍼덜스 등이 모두 훌륭한 식재료가 됐다. 가을 수확기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실험을 시작한 저자는 봄이 다가오면서 위기를 맞았다. 절기상으론 봄이지만 저자가 사는 지역은 폭설로 고립돼 있어 식량 채취가 불가능하고 비축해 둔 견과류와 곡물도 빠르게 바닥이 났다. 여름에는 몇 년 만에 기름진 패스트푸드를 그리워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고단하고 제약 많은 야생식의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사람이 됐다고 느낀다고 고백한다. 자연의 풍요로움에 감사하게 됐고 생기와 활력이 넘치는 사람이 됐다. 저자는 비만에 가까웠지만, 자연스럽게 체중도 31㎏이나 줄었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과 지구 모두를 구할 '자연과 인간의 멀어진 관계 회복'이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식 결론을 담았지만 일기 형식으로 채취와 요리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잊고 있던 '자연의 풍요'를 새삼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