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 안전을 위해 신속한 경찰 신고가 가능하도록 한 '스마트워치'의 오인신고율(긴급 상황이 아닌데 신고되는 비율)이 거의 매년 상승해 올해는 80%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피해자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스마트워치 긴급(SOS) 버튼을 눌러 경찰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데, 오인신고로 인해 그 실효성이 떨어져 기능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가 스마트워치로 신고한 건수 4,350건 중 3,688건(84.7%)이 오인신고로 나타났다. 범죄 피해자가 스마트워치가 아닌 112로 접수하는 경우의 오인신고율이 16%임을 감안할 때 현저히 높은 수치다.
오인신고에 대해 경찰은 "스마트워치 지급 대상자가 워치를 가방 안에 두는 등 미착용 상태에서 SOS 버튼이 잘못 눌리거나, 스마트워치 조작 과정에서 실수로 SOS 버튼을 눌러 신고되는 등 위급상황과 무관하게 신고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오인신고율은 매년 늘고 있다. 2019년 54.4%, 2020년 52.2%였다가 2021년 60.1%, 지난해 63.8%로 올랐다. 올해는 80%를 넘어섰다. 경찰 관계자는 "작년 연말에 스마트워치를 추가로 도입했다"며 "지급 기기가 늘면서 오인신고도 덩달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워치 지급 건수는 2019년 7,057건에서 지난해 1만4,208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8월까지 지급된 것만 1만1,342건에 달한다.
오인신고가 늘수록 일선 경찰관들의 부담은 커진다. 스마트워치의 SOS 버튼을 3초 정도 누르면 인근 경찰서에 평균 5초 이내로 위치 정보가 표시되며 곧바로 '코드제로'가 발령돼 총력 대응 체제에 들어간다. 현장 경찰관들이 곧바로 출동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한 지구대 팀장은 "현장에서 체감하기엔 스마트워치로 신고가 들어와 나간 것 중 99%가 오인신고여서 피로감이 크다"고 말했다.
스마트워치 이용자들도 불편하긴 매한가지다. 올해 5월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A씨는 "지금까지 잘못 신고된 건만 10번은 된다"며 "심지어는 버스를 타는 도중 버튼이 나도 모르는 새 눌려 경찰관이 찾아와 버스를 세운 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잘못 신고될까 불안해 지금은 서랍에 넣어둔 채 방치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그냥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뿐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경찰청은 스마트워치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성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애당초 경찰청이 내년 스마트워치 R&D사업 예산으로 신청한 30억 원에서 12억 원이 삭감된 18억 원으로 사업 예산을 편성했다. 권 의원은 "스마트워치가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성능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