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학살한 원죄…이슬람의 유대인 혐오에 독일이 단호한 이유

입력
2023.10.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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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주의 득세... 친팔레스타인 집회 1000명 
"엄정 대응" 獨 정부… 숄츠 "홀로코스트 책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전 세계의 반(反)유대주의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에 무슬림 비중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단속 및 보안 강화 조치가 속속 취해지고 있다.

독일의 대응은 특히 단호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반성을 현대 독일의 근간으로 삼아온 만큼 반유대주의가 세를 불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보복에... 덩달아 격해진 반유대주의

지난 7일(현지시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직후 독일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시위가 소규모로 열렸다.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본격화하며 시위가 세를 불렸다. 지난 16일 독일 베를린의 포츠담 광장에서 열린 시위엔 1,000명 넘게 참석했다. 도시 곳곳에서는 이스라엘 국기가 훼손되거나 도난당했다.

유대인에 대한 위협도 상당하다. 유대인 거주 건물에는 유대교 상징인 '다윗의 별'이 그려졌다. 독일·이스라엘에 뿌리를 둔 이도 모란(20)은 "11일 베를린 관광지에서 친구들과 히브리어로 대화하고 있었는데 아랍어 구사자가 '유대인'이라 부르며 침을 뱉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일부 유대인 학부모는 폭력을 우려해 자녀 등교를 중단시켰다.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은 테러조직으로 분류되는 하마스 지지자가 독일에 450명 거주한다고 추산한다. 베를린 경찰청창 바바라 슬로빅은 "팔레스타인 공동체의 감정이 상당히 격해졌다"고 독일 디벨트에 말했다.


獨, 시위 및 관련 단체 활동 금지... "우리의 책임"

반유대주의는 독일의 뿌리 깊은 문제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대적 반성 이후에도 유대인 혐오는 사라지지 않았다. 적극적 이민·난민 수용 정책으로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아지며 이슬람 극단주의가 세를 불릴 위험도 커졌다. 독일 연방 이민난민청이 2020년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무슬림 인구는 530~560만 명으로 전체 인구 6.4~6.7%에 해당한다. 미국유대인위원회(AJC)는 "독일 무슬림 3분의 2가 반유대주의적 견해를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유대인 증오는 일부 아랍계 청년들에게 주류 문화가 됐다"(요제프 슈스터 독일 유대인중앙협의회 회장)는 의견도 있다.

독일 정부는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친팔레스타인 집회를 금지하는 한편, 관련 단체의 활동을 금지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16일 포츠담 광장 집회에서도 경찰은 가스를 분사하고 진압봉을 휘둘러 집회를 해산시켰다. 이는 '과거사 책임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독일 정부는 설명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국가 정상으로서는 처음 이스라엘을 찾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7일 "홀로코스트에서 비롯된 우리의 책임은 이스라엘의 존재와 안보 수호를 우리의 임무로 만든다"고 했다. 아돌프 히틀러 치하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약 600만 명을 학살하고 탄압했다.

유럽 다른 국가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자 및 반유대주의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 교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 추정 청년에게 살해됐다.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스웨덴인 2명이 살해됐는데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이 사건 배후라고 주장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유럽에서 이슬람 테러리즘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련의 대응이 이슬람 혐오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