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대표 첫 인터뷰 "하마스를 키운 건 이스라엘...민간인 폭격 중단해야"

입력
2023.10.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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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본 팔레스타인 대표 인터뷰]
한국 팔레스타인 대표 업무 겸임
"팔레스타인 정부, 극단적 종교 행위 지지 안 해
 이스라엘, 하마스와 공생하며 팔레스타인 탄압
 피해는 민간인... 이스라엘 불법 행위 중단해야 
 팔레스타인 해방 위한 대한민국의 지지 절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문제이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이스라엘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대량 학살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누가 하마스를 키웠습니까? 이스라엘입니다."
왈리드 시암 주일본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 12일 한국일보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왈리드 시암 주일본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는 12일 한국일보와 영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한일 겸임대사인 그는 하마스의 행위를 지지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이 현 상황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마스 공격을 핑계로 민간인을 겨냥한 폭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국내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다.

시암 대표는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과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부정하려는 중대범죄에 대한 책임을 국제사회가 추궁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수년간 경고해왔다"고 운을 뗐다. 지난해 말 재집권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와 팔레스타인 차별 조치에 나서면서 하마스의 극단적인 공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마스는 이번 공격에서 100여 명의 인질을 끌고 갔다. 또 외국인 다수를 살해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시암 대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파괴를 가져오는 그 어떤 종류의 종교운동에도 반대한다"며 하마스와 선을 그었다. 다만 "이스라엘의 불법적 정복활동 때문에 팔레스타인과 갈등이 빚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마스를 키운 건 이스라엘"이라면서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한 하마스가 어떻게 생존했는지, 하마스에 누가 자금을 대줬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학살하려 하마스를 이용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할 당시 이스라엘 군사정보국장이 주이스라엘 미국대사에게 "가자지구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말한 외교문건을 폭로한 위키리크스 기사를 보여줬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공생하면서 장기적으론 팔레스타인을 탄압했다는 것이다.

시암 대표는 가자지구 봉쇄와 공격은 모두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겨냥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 230만 명 가운데 무장한 사람은 5만 명 정도"라면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다친 건 모두 죄 없는 민간인들"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특히 이스라엘의 '백린탄' 사용 정황에 대해 "이건 대량 학살"이라며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은 이중잣대로 이스라엘을 두둔할 게 아니라 이들의 불법적 행동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암 대표는 이번 전쟁을 끝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적 관계를 위해 △'2개 국가 해법' 준수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와 하마스 인질 교환 등을 해법으로 제안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향해 "이스라엘이 75년 넘게 팔레스타인을 군사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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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