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맺은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계기로 북한의 위협이 가중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합의를 저버릴 경우 남북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어 중동지역 무력충돌의 불똥이 한반도로 옮겨붙는 분위기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해 중동 사태를 언급하며 "9·19 군사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북한의 임박한 전선지역 도발 징후를 실시간 감시하는 데 굉장히 제한된다"면서 "최대한 빨리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보다) 훨씬 강도 높은 위협에 대한민국이 놓여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정찰감시 자산으로 (북한군 동향을) 보고 있어야 도발하는지 안 하는지 안다"고 부연했다.
신 장관은 지난달 27일 인사청문회에서도 "9·19 군사합의 폐기까지는 못 가더라도 효력 정지는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앞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우리 정부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북한 장사정포는 시간당 최대 1만6,000여 발의 포탄 및 로켓탄을 쏠 수 있어서 북한이 이번 하마스 같은 게릴라 포격 시 수도권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특히 9·19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MDL) 기준 5㎞ 포격 훈련은 물론 연대급 기동훈련을 전면 중단시키고 전투기와 정찰기 비행도 군사분계선 서부 이남 20㎞까지 금지했기 때문에 국군과 주한미군 방위태세 활동에 커다란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선제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란 선의에 기대고 있는 합의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핵무력 전쟁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선의에 기대는 건 수도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정신적 준비태세도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먼 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니 우리와 무관할 것이란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우리 안보는 이미 뚫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와 군은 이번 중동 전쟁이 어떤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 영향을 미칠지 철저히 연구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비상한 각오를 촉구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며 국제 유가가 출렁이고 글로벌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중동발 불안이 단기간 가라앉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최악의 사태와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예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짜며 면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